크리스마스 선물 받고 ‘스타워즈’ 감상하고
지구 상공 400㎞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냈을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나사 소속의 우주인 마크 반데 하이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보내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사진 한장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양말들은 기내를 유영하고 있고, 반데 하이는 북반구가 한겨울 날씨임에도 민소매 나이키 티셔츠를 입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12월 25일은 특별한 날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대변인의 설명을 보면, 이날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들은 일상적인 ‘과학 실험’ 등의 임무에서 배제됐다. 우주과학 전문 온라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우주인들이) 보통은 주말에도 쉬기 때문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좀 더 긴 연휴를 만끽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산타클로스가 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상공 400㎞까지 루돌프가 숨을 참고 올라갈 수 있다고 해도 시속 2만8000㎞로 움직이는 우주정거장을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이 속도로 하루에 지구를 16바퀴나 돈다. 그러나 우주과학은 루돌프의 도움 없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지난 12월 17일 러시아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Roscosmos)의 안톤 슈카플레로프(43),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스콧 팅글(52),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가나이 노리시게(40)가 소유스 우주선에 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싣고 무사히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바 있다. 떠나기 전날인 16일 슈카플레로프는 “미국 우주인들에겐 12월 25일, 러시아 우주인들에겐 내년 1월 1일까지 열어보지 말라고 붙어있는 친구와 가족들의 선물을 실었다”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로 기념하지만, 대부분 선물은 1월 1일에 뜯어본다. 물론 크리스마스 선물은 보급 물자 충원을 위한 작전의 일환이었다.
24일에는 매우 특별한 영화를 감상하기도 했다. 반데 하이는 트위터에 이날 “우주정거장의 영화 감상 시간”이라는 내용의 트위트를 올렸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드디어 〈스타워즈 : 라스트제다이〉를 봤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난 16일 나사의 공식 누리집은 “2년 전에 디즈니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우주정거장에 보냈듯이 이번에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8(라스트 제다이)을 우주 궤도로 보냈다”고 전한 바 있다. 디즈니는 휴스턴의 존슨 우주 기지에서 해당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정거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다. 이번에 우주정거장에 합류한 슈카플레로프는 “정거장에 이미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 있지만, 곧 새 나무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물론, 크리스마스 트리 역시 묶어두지 않으면 무중력의 세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게 된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마크 반데 하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 트위터 갈무리.
국제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이 〈스타워즈 : 라스트제다이〉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사진 마크 반데 하이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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