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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식이섬유는 어떻게 ‘장 건강’에 이로움을 줄까?

등록 2018-01-02 17:14수정 2018-01-02 17:49

식이섬유가 장내미생물 생태계 균형에 도움
고지방식단 땐 장내균형 깨지고 염증반응도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 야채, 곡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 야채, 곡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식이섬유가 건강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다른 부작용을 낳지만, 인스턴트 음식과 고단백 식단에서 빠지기 쉬운 섬유소는 심장병이나 당뇨병 위험을 줄여주고 비만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널리 권장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식물의 섬유소 성분을 소화할 수 있게 분해해주는 효소가 따로 없다. 정작 식이섬유를 먹이로 삼는 이는 장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다. 장내미생물들은 소화 효소를 분비해 식이섬유를 분해하고서 거기에서 먹이를 섭취한다. 이처럼 우리 몸이 직접 분해해 소화하지도 못하는데 식이섬유는 어떻게 장 건강에 이로움을 줄까?

최근 식이섬유와 장내미생물, 그리고 장 건강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단서를 될 만한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식이섬유 자체는 우리 몸에 직접 이로움을 주진 못하지만 장 건강에 이로운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어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조지아주립대학 연구진(Andrew Gerwitz)과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연구진(Fredrik Backhed)은 각자 수행한 동물실험에서 쥐를 대상으로 섬유소 음식이 장내미생물 생태계에 끼치는 효과를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생물학술지 <셀 숙주 & 미생물(Cell Host and Microbe)>에 각각 논문으로 발표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미국 연구진의 실험에선 섬유소가 적고 지방이 많은 음식을 실험동물에 계속 먹이고서 실험동물의 분변에 담긴 장내미생물의 전체 디엔에이(DNA)를 분석해보니 고지방 식단의 경우에 장내미생물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연구진의 실험에선 미생물 종의 다양성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흔한 미생물은 줄고 대신에 드물던 미생물이 번성했다.

장내미생물 군집 구성이 달라지면서 장 건강도 영향을 받았다. <뉴욕타임스>가 보도에서 전한 그 과정을 보면,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면 식이섬유를 먹고 사는 장내미생물 종들이 먼저 줄어든다. 이어 연쇄적으로 이 미생물들이 식이섬유를 분해해 섭취하고 남긴 식이섬유 찌꺼기를 먹고 사는 다른 미생물 종들도 함께 줄어든다. 게다가 식이섬유 찌꺼기는 장내에서 생기는 갖가지 변화 상황들에 반응해 장 건강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장내 세포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먹잇감이기도 하다. 그래서 식이섬유가 분해된 뒤 남는 찌꺼기 성분들이 줄어들면 장 세포의 성장과 활동도 위축된다.

연구진은 특히 장 내벽을 보호하는 점액층의 변화에 주목했다. 장 세포들이 위축되면 점액 분비도 줄어들면 장 내벽을 보호하는 점액층은 얇아지게 마련이다. 장내미생물이 장 내벽 쪽으로 파고들기 좋은 환경이 되고, 이런 상황에서 장 내벽 세포들은 미생물의 침투를 막기 위해 민감하게 면역체계를 가동한다. 이때에 염증이 생긴다.

이 때문에 고지방 식단이 장내에 만성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식이섬유 적은 고지방 식단을 실험동물 쥐에게 계속 먹이자, 며칠 뒤에 쥐의 장내에 만성염증이 나타났으며 몇 주 뒤엔 고혈당 수치도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거꾸로 식이섬유 많은 음식은 장내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나 장 내벽의 점액층을 개선하는 데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스웨덴 연구진은 논문에서 “고지방 식단이 장내미생물을 대량으로 줄여 그 결과로 장 세포가 증식하지 않고 (미생물의) 장 내벽 침투가 생겨나 가벼운 염증(LGI)과 대사증후군을 일으킨다”면서 “(식이섬유 성분인) 이눌린으로 고지방 식단을 보충하자 장 세포 증식과 항균 유전자 발현 등이 회복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특정한 조건들이 설계된 실험실 환경에서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인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지만, 사람 몸이 분해해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가 장내미생물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장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식이섬유와 장내미생물, 그리고 장 세포들 간에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뉴욕타임스>의 뉴스 보도에서 “연구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지만 행하지 못하는 진부한 결론을 제시해준다”면서 “녹색 야체를 더 많이 먹고 튀김이나 설탕을 덜 먹으면 장기적으로 건강이 더 좋아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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