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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고지방 식단, 몸에 면역반응 일으킨다″

등록 2018-01-17 16:47

지속땐 유전자발현 바꾸는 후성유전 변화로
건강식으로 바꿔도 ‘훈련된 면역 기억’ 유지
독일 연구진, ‘음식과 면역’ 관련 동물실험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기름지고 달달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에 대해, 몸의 면역계가 박테리아 감염 때와 비슷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독일 연구진이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코먼스(Creative Commons) 제공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기름지고 달달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에 대해, 몸의 면역계가 박테리아 감염 때와 비슷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독일 연구진이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코먼스(Creative Commons) 제공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을 너무 자주 즐겨 먹지 말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면역학 실험에서 보고됐다.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계속 먹으면 면역계는 박테리아 감염 때와 비슷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며, 그런 식단에 익숙해지다보면 ‘훈련된 면역’ 반응이 기억돼 장기적으로 면역계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혔다.

독일 본대학 의과학연구소 등 소속 연구진은 생물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동물 쥐한테 지방과 당이 많고 식이섬유는 적은 이른바 ‘서구형 식단(WD)’을 4주 동안 먹이고서 쥐의 몸에 나타나는 반응과 혈액 속 면역세포의 변화를 살펴보니, 병원성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와 비슷한 면역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면역반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의 유전자 발현 방식이 변화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확인했다.

면역세포의 유전자 발현 변화

고지방 식단에 의해 면역세포에서 유전자 발현 방식이 변화했음은 면역세포로 성장할 골수 전구세포들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비교함으로써 밝혀졌다.

연구진은 서구형 식단을 계속 먹은 쥐의 혈액에서는 면역세포의 수가 크게 늘어났음을 확인하고서, 이어 쥐의 골수에서 면역 전구세포들을 분리해 그 유전체(게놈)를 분석하고 보통 쥐의 것들과 비교해했다. 그랬더니 고지방 음식을 내내 먹은 쥐에서는 면역세포의 증식, 성장과 관련한 많은 유전자들의 활성 스위치가 훨썬 더 많이 켜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고지방, 고칼로리의 음식이 몸에서 면역세포를 대규모로 만드는 동원령을 내리게 한 셈이다.

이런 유전자 발현의 변화는 식단을 건강식으로 바꾼 뒤에도 오랫 동안 유지됐다. 연구진이 속한 본대학은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처럼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는 몸에서 대규모로 강력한 군대(면역세포)를 동원하도록 한다. 연구진이 다시 4주 동안 쥐한테 평시에 먹는 곡물 식단을 제공하자 쥐 몸에서 예민한 염증 반응은 사라졌다. 하지만 면역세포와 그 전구세포에 나타난 유전자 재프로그래밍(genetic reprogramming)은 사라지지 않았다. 패스트푸드만을 내내 먹는 동안에 활성 스위치가 켜진 유전자들 중 여럿은 건강식을 내내 먹은 4주 동안 이후에도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서) 여전히 활성인 채로 남아 있었다.”

‘훈련된 면역’의 기억

이런 연구결과는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이 몸에 면역 반응과 염증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이런 자극이 지속될 때 이에 익숙해지며 이른바 ‘훈련된 면역(trained immunity)’ 반응이 면역 전구세포에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훈련된 면역’은 지속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이 ‘기억’처럼 유지되어 같은 자극이 나타날 때 다시 일어나는 면역 반응으로, 널리 알려진 ‘선천적 면역’이나 ‘적응 면역’과는 다른 반응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선천적 면역, 적응 면역, 훈련된 면역〕

면역 반응은 크게 나누어 (1)병원체를 만날 때 신속하게 비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선천적 면역 반응, (2)더 느리게 나타나지만 특이적이며 면역 기억을 구축하는 적응 면역 반응으로 나뉜다. 기존 정설은 적응 면역에서만 ‘면역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설은 최근 식물과 무척추동물(적응 면역 반응이 없는 생물)에서 선천성 면역 반응이 (이전 감염 자극을 기억했다가) 다시 감염될 때 이에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도전받고 있다. 선천성 면역 세포에 나타나는 면역 기억을 ‘훈련된 면역’이라 부른다. (참조: <사이언스>)

연구진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인플라마좀(NLRP3)이 ‘훈련된 면역’의 기억을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 제시했다.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패스트푸드 같은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을 때 몸에서는 면역 반응이 일어나며, 이때에 염증 관련 단백질인 인플라마좀이 골수의 면역 전구세포들에 영향을 끼쳐 그 유전자 발현 양식을 바꾸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그것이 일종의 ‘훈련된 면역 기억’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식단을 건강식으로 바꾼다 해도 훈련된 면역은 곧바로 바뀌지 않아, 작은 자극에도 더 예민하고 강한 면역 반응과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기름지고 달달한 패스트푸드를 완전히 끊기 어렵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즐겨 먹는 식습관이 이어진다면 몸에는 쉽게 바뀌지 않을 면역학적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그런 ‘훈련된 면역 기억’이 유지될 수도 있다고 이번 연구는 경고하는 듯하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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