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동물원에서 같이 사는 호랑이에게 공격을 받고 그 상처가 악화돼 패혈증으로 폐사한 시베리아호랑이 뒹굴이의 생전 모습. 독자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 연구진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보다 사망률이 높은 패혈증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발견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 교수 연구팀은 25일 김근일 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인 ‘엘에스디1’(LSD1)의 인산화 여부가 패혈증으로 인한 염증 반응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패혈증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생명공학 분야 저널인 <셀>의 자매지 <몰레큘라 셀>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온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발열, 맥박과 호흡수의 증가, 백혈구 수의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패혈증이 시작되면 원인균과 염증반응이 혈액을 통해 빠른 속도로 모든 장기에 퍼져 나가고 원인균을 제거하지 못하고 전신적인 패혈증으로 증세가 악화되면 사망에 이른다. 문제는 패혈증 원인균을 알아내려면 최소 3~5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때 치료를 못해 사망률이 높다. 패혈증은 10만명 당 발생건수가 347건으로, 심근경색(105건), 뇌졸중(206건)보다 높고, 사망률도 20~30%로 심근경색(2.7~9.6%), 뇌졸중(9.3%)보다 훨씬 높다. 패혈증은 증상이 나타나고 1~3시간 안에 항생제 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10%로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PS에 의해 인산화한 LSD1은 p65와 결합해 지속적인 염증반응이 나타나도록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제공
연구팀은 암 발생 및 생체 리듬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엘에스디1’이 염증 반응을 촉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생쥐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엘피에스·LPS)을 주사해 패혈증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었을 때 ‘엘에스디1’이 인산화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생쥐는 정상 생쥐보다 폐 조직의 손상이 적고 생존율도 더 높았다.
엘피에스에 의해 인산화된 엘에스디1은 단백질 피65(p65)와 결합해 피65의 메틸기를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게 되면 피65 단백질은 안정화돼 지속적인 활성을 보인다. 피65의 활성이 지속되면 과도한 염증반응으로 이어지고 이는 장기손상을 일으켜 패혈증에 이르게 된다.
백성희 교수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새로운 신호전달 경로를 발견했으며, 이 경로를 차단하면 패혈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패혈증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 표적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