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진 ‘DNA꾸러미’ 과정 추적
단백질 복합체가 나선형 뼈대 역할
길고 짧은 마디로 차곡차곡 빽빽이
세포분열 직전에 세포가 염색체에 디엔에이 가닥을 빽빽하게 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형 그림. 긴 디엔에이에 매듭을 지어주는 단백질 복합체가 한 가운데에 나선형 뼈대를 이루며, 그 주변에 디엔에이 가닥이 길고 짧은 마디를 이루면서 차곡차곡 꾸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제공
사람 세포핵에는 한 줄로 늘이면 2m가량 되는 46개(23쌍) 염색체의 디엔에이(DNA)가 들어 있다. 이렇게 긴 디엔에이 가닥이 작디작은 세포핵에서 염색체 안에 어떻게 저장될까.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그 밀집 저장의 비결이 일부 밝혀져 왔다. 마디 구조로 나뉘어 접히는 방식(folding)이다. 역할이 다른 체세포마다 다르게, 활발하게 발현하는 유전자 부위는 바깥쪽에 놓이고 잘 발현되지 않는 유전자 부위는 안쪽에 팽팽히 감겨 저장된다. (참조: 2m 길이 DNA는 세포핵에 어떻게 접혀 담겨 있을까? http://scienceon.hani.co.kr/222541)
그런데 평시가 아니라 세포가 하나에서 둘로 쪼개지는 세포분열 시기에는 어떨까? 세포는 디엔에이를 두 세포로 나누기 위해 복제한 디엔에이를 빼빽하게 차곡차곡 넣어 이삿짐을 꾸려야 한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분열(유사분열) 직전의 세포가 평시에는 비교적 풀어져 있는 실타래 같은 디엔에이를 차곡차곡 빼빽하게 꾸려 세포분열을 준비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연구진은 세포분열 과정을 동기화해 동시에 디엔에이 꾸리기에 나선 닭의 세포들에서 염색체가 변화하는 장면을 단계별로 포착해 분석함으로써 세포에서 일어나는 디엔에이 꾸러미 작업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보고됐다.
연구결과를 보면 세포분열 직전에 게놈(유전체) 꾸러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순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는 자세한 설명 자료와 그림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위 그림은 빽빽하게 꾸려진 상태를 보여주는 염색체의 단면 모형이다. 한 가운데에는 디엔에이 꾸러미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지 모양의 단백질 복합체들(파란 색과 빨간 색)이 있다. 이 단백질들이 디엔에이 가닥(무지개 색들)을 고리에 걸듯이 얽어 다발처럼 만들어놓았다. 다발을 이루는 디엔에이 가닥들은 구불구불 하나의 줄로 이어져 있다.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제공
다음 그림 3개는 디엔에이 꾸러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준다.
1.
먼저 빨간 색 반지 모양의 단백질 복합체(‘콘덴신2’)가 매듭인 양 디엔에이 가닥을 걸어 긴 마디의 고리(loop) 구조를 만들어준다. 이 단백질들끼리 이어지며 나선형 계단과 같은 기둥 뼈대를 형성한다. 그 둘레에 반지 구조에 얽힌 디엔에이 가닥들이 차곡차곡 배열한다. 파란 색 반지 모양의 단백질 복합체(콘덴신1)은 이렇게 형성된 긴 마디의 디엔에이 가닥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어 디엔에이 가닥이 엉키지 않으면서 촘촘하게 배열되도록 도와준다..
2.
이런 방식의 정렬이 계속 반복되면, 나선형 계단 구조의 기둥 뼈대 둘레에는 디엔에이 가닥들이 큰 마디와 작은 마디로 얽힌 다발을 이루면서도 차곡차곡 감기며 정렬할 수 있다.
3.
연구진은 디엔에이 가닥을 염색체의 막대 모양처럼 빽빽하게 밀집시키는 작업이 대략 15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림 3은 이런 과정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세포들은 짧은 시간에 대략 6피트(1.8m)가량 되는 긴 디엔에이를 아주 작은 공간에 촘촘한 꾸러미 구조로 채움으로써 세포분열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유튜브 https://youtu.be/YUrTxc2QgwQ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디엔에이 꾸러미 구조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이들의 설명을 보면,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디엔에이가 어떤 구조를 이루어 촘촘하게 저장되어 있는지를 두고 그동안 다른 견해가 제시되어 왔다고 한다. 하나는 염색체가 나선형으로 촘촘하게 꼬인 구조를 하고 있으리라는 설이며, 다른 하나는 염색체가 마디와 고리(loop)로 나뉘어있으리라는 설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두 가지 설을 종합하는 모형을 보여주었다. 단백질 복합체들이 나선형의 뼈대를 이루고 그 둘레에 디엔에이 가닥이 마디를 이루어 촘촘히 배열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결과의 모형에는 나선 구조와 마디 구조가 모두 존재해, 기존의 두 견해가 각자 다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고침] 기사에서 “2m가량 되는 30억 염기쌍의 디엔에이” 문장을 “2m가량 되는 46개(23쌍) 염색체의 디엔에이”로 바로잡습니다. 사람 세포에는 46개 염색체(23쌍)에 모두 60억 염기쌍의 디엔에이가 들어 있으며, 세포분열 할 때 46개 염색체의 디엔에이가 복제되어 나뉩니다. 23쌍 염색체의 디엔에이는 쌍별로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흔히 사람 디엔에이 정보를 “30억 염기쌍”으로 말할 수 있는데, 기사에서는 물리적인 길이를 다루어 60억 염기쌍 길이의 총합을 가리켜야 하기에, 이와 같이 바로잡습니다. 대학의 생명과학 연구자 분이 지적해주셨습니다. 2018년 1월30일 오전 10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