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용 담배와 달리 발암물질 발생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전자담배도 디엔에이 손상을 일으켜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흡연용 담배와 달리 발암성 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전자담배도 디엔에이(DNA) 손상을 가져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도 니코틴을 에어로졸 형태로 공급해 담배를 말리거나 태울 때 발생하는 발암성 부산물들을 피할 수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을 흡입해 흡연용 담배를 피웠을 때와 마찬가지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나 여러 발암성 화학물질이 발생하는 흡연담배와 달리 전자담배는 니코틴과 무해한 유기용제들만 포함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흡연담배 대신에 비발암성의 안전한 대용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니코틴 대용 치료를 받은 사람들과 비슷하게 궐련 흡연자에 비해 몸속 발암성 물질들이 97% 이상 적었다. 이런 결과에 근거해 전자담배는 흡연담배의 대안으로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젊은층에 빠르게 확산하고 흡연담배를 끊기 위한 대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자담배가 안전하기 때문에 사용한다’는 경향이 생겼다. 미국의 전자담배 사용인구는 1800만명에 이르는데, 고등학생의 16%가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구팀은 “전자담배의 발암성에 대한 이해는 이제 시급한 공중보건 문제로 떠올랐다. 사람한테서 암이 발생하려면 발암성 물질에 수십년 동안 노출돼야 하기 때문에 전자담배의 발암성을 평가하기 위한 의미 있는 연구가 되려면 몇십년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동물모델과 사람의 배양세포 실험은 이 문제를 시급하게 풀기 위한 적절한 대안이다”라고 밝혔다.
니코틴 자체는 동물 모델들에게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담배를 말리는 동안 니코닌의 부산물은 담배 유래 니트로사민 등 발암성 물질들을 만들어낸다. 미국 뉴욕주립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의 탕문송 교수 연구팀은 전자담배에 노출된 생쥐들의 심장, 폐, 방광 등의 디엔에이가 정화된 공기를 마신 생쥐들에 비해 심하게 손상된다는 것을 밝혔다. 또 전자담배에 노출된 생쥐들은 디엔에이 복구능력이 저하되고 폐에서 특정 디엔에이 복구 단백질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관찰했다. 유사한 결과가 사람의 폐와 방광 배양 세포를 니코틴과 발암물질인 니코틴 유도 니트로사민 케톤(NNK), 발암성 니코틴 부산물 등에 노출했을 때도 나타났다. 니코틴과 NNK에 노출된 사람의 배양 세포(기관지 상피세포, 요로상피세포)도 대조군 세포보다 돌연변이와 종양물 발생 변화가 심하게 일어났다. 탕 교수는 “이런 결과들은 사람과 생쥐의 특정 조직에서 니코틴 니트로소화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그 부산물들이 디엔에이 손상 화합물들의 대사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전자담배가 흡연담배보다 발암성 물질이 적다고 해도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이나 방광암,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이현욱·박성현 박사를 제1저자로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9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