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인맨>에서 동생 톰 크루즈가 자폐증인 형 더스틴 호프만과 대화하는 장면. 영화 갈무리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자폐증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삼돌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자폐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조울증 등 정신질환 신약 개발의 분자타깃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남대의 김철희 신경과학과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신희섭 인지및사회성연구단 단장 등 공동연구팀은 31일 “자폐증에 관여하는 새로운 신경계 사이토카인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6일(현지시각)치에 게재됐다.
자폐증은 소아 때부터 진행하는 정신질환으로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련의 장애를 말하며, 자폐성 장애, 아스퍼거증후군, 서번트증후군, 지적장애, 전반적 발달장애 등을 포함한다. 자폐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돼왔으나 최신 연구에서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83%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2006년 일본 오사카대의 히라노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이토카인을 발견해 ‘삼돌이’(samdori)라는 한국식 이름을 붙였다. 사이토가인은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단백질이다.
[제브라피시의 불안감 행동실험]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새로운 환경에 불안해한다. 물고기는 불안하면 바닥에 머무는 경향이 있는데 10여분 지나면 적응해 자유롭게 유영한다.(왼쪽) 하지만 삼돌이 유전자가 억제된 물고기는 불안 상태가 해소되지 않아 계속 바닥에 움츠리고 있다.(오른쪽)
연구팀은 2010년 실험용 물고기 제브라피시와 실험용 생쥐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삼돌이 유전자가 억제된 동물을 만든 뒤 동물모델 연구를 해왔다. 연구팀이 발견한 신규 사이토카인 유전자군은 유전자발현 분석방법을 통해 모두 뇌와 신경조직에서만 발현함을 확인했다. 삼돌이 유전자가 억제된 제브라피시, 생쥐 등은 일반적인 발생과 발육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불안 행동 실험, 고소공포증 실험 등에서 감정조절에 이상이 있음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또 3만2000명 이상의 정신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연구 및 빅데이터 분석방법을 통해 삼돌이 유전자가 자폐증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임을 밝혔다.
연구팀은 “자폐증을 포함한 감정조절과 관련한 정신질환 연구의 새로운 분자타깃이 발견된 것으로 국내외 뇌과학 원천기술의 새로운 분야를 제시할 것이다. 정신질환 환자의 유전체 분자진단용 바이오마커 및 신경계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분자타깃으로 향후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