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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38만년 전 인도 석기들 고고학에 인류 기원을 다시 묻다

등록 2018-02-01 11:55

인도 연구팀 석기 7천여점 분석 결과
박편 쪼개 만드는 르발루아식 석기 기술
인도와 아프리카, 유럽에서 동시에 출현
① 인류가 훨씬 일찍 탈아프리카 했거나
② 석기문화 동시다발적으로 발달했거나
인도에서 발견된 38만년 전 석기는 현대인류가 훨씬 더 일찍 아프리카를 떠난 것인지, 아니면 석기문화가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발달한 것인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네이처> 제공
인도에서 발견된 38만년 전 석기는 현대인류가 훨씬 더 일찍 아프리카를 떠난 것인지, 아니면 석기문화가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발달한 것인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네이처> 제공
인도에서 38만5천년 전 석기들이 발견돼 석기문화의 아프리카 기원설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게 됐다.

인류의 조상은 30만년 전쯤 아프리카에서 ‘르발루아’라고 불리는 기술로 돌을 쪼개 나오는 돌조각(박편 또는 격지)으로 날카롭고 작은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했다. 처음 발견된 파리 교외 지역이름을 따서 명명된 르발루아 기술은 이전 시기의 좀더 크고 정교하지 않은 석기를 향상시킨 것으로, 아프리카와 유럽, 서아시아의 중기 석기시대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통용된다. 유럽의 네엔데르탈인들도 동시대에 같은 석기를 사용했다. 그동안 고고학자 등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훨씬 뒷날 현대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동할 때 석기문화도 확산돼갔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도에서 발견된 르발루아 석기들은 사용 시기가 38만5천년 전까지 거슬러올라가, 르발루아 기술이 기존에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이전에 세계로 확산돼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도 체나이의 샤르마문화유산교육센터 연구팀은 1일(현지시각) 인도 남부의 체나이시 인근에 위치한 고대 유적지 앤티람파캄에서 석기 7천여점의 발견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이날치에 보고했다.

연구를 이끈 샤르마문화유산교육센터의 고고학자 샨티 파푸는 “앤티람파캄에는 여러 선사문화가 오랫 동안 존속했던 곳이다. 여기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주먹도끼와 칼은 전기 구석기시대의 아슐리안 기술로 제작된 것으로 150만년 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반면 가장 최신의 석기는 38만5천~17만2천년 것으로 르발루아 기술로 작고 정교하게 제작됐다”고 말했다.

아슐리안 문화는 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석기문화로 주먹도끼와 찍개가 대표적 도구이다. 아슐리안 석기들은 20만~15만년 전 중기구석기 석기로 계승될 때까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의 초기 호모 사피엔스 주민들이 사용했다. 르발루아 문화는 20만년 이전 유럽의 중기구석기문화를 대표하는 석기이다. 르발루아 몸돌(core)은 기존의 전기 구석기시대의 몸돌과는 달리 여러 제작과정을 거치면서 그 두께와 길이를 조절하며 만든다. 우선 거북 등껍질 모양의 석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날카로운 날을 가진 격지(flake)를 만든다. 격지는 칼이나 긁개로 쓰였다.

파푸는 “르발루아 기술은 독특한 기술이어서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 (인도에서 발견된) 이 석기 기술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것과 아주 유사하다. 이 독특한 문화와 행동양식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7만~12만5천년 전께 인도에 도달할 때 전파된 것으로 생각돼왔다”고 말했다.

인도 유적지에서 출토된 르발루아 문화양식의 격지 몸돌, 돌날 몸돌, 찌르개, 긁개, 돌날들. <네이처> 제공
인도 유적지에서 출토된 르발루아 문화양식의 격지 몸돌, 돌날 몸돌, 찌르개, 긁개, 돌날들. <네이처> 제공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미카엘 페트라글리아는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놀라운 발견으로 40만~17만5천년 전 사이의 서아시아 인류사적 지식의 공백을 메워준다”고 말했다. 미국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의 인류기원연구단 단장인 고인류학자 리크 포츠도 “논문은 르발루아 기술이 (현대인류의 탈아프리카 이동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는 것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도 연구팀은 이곳에서 인류나 호미니드(고인류) 화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떤 고인류 종이 이곳에서 살고 도구들을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포츠는 “우리가 답을 할 수 없는 수수께끼다”고 했다.

논문 저자들은 아프리카에서 이동한 호모 사피엔스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일찍 아프리카를 떠나 이 기술을 전파했거나 호모 사피엔스보다 앞선 호미니드가 인도에서 독자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켰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페트라글리아는 “인도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좀더 일찍 아프리카를 벗어났다고 가정할 때 존재해야 할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앞선 인류종(호모 헤이델베르겐시스)이 인도 아대륙에 살았고 아슐리안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트라글리아는 “이 지역에서 아슐리안과 르발루아 문화가 겹치는 것을 보면 인도에서의 기술적 연속성은 내부에서 일어난 것이지 외부의 영향 때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포츠도 “아프리카의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유럽과 인근 아시아의 네엔데르탈인도 르발루아 기술을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시켰다. 아마도 서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 여러 곳에서 달력같은 것들이 독립적으로 발명돼온 역사에 익숙하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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