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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주인 똥오줌에서 미생물 길러 우주식량 얻기?

등록 2018-02-01 15:28수정 2018-02-01 17:22

단백질-지질 많은 ‘미생물 바이오매스’ 식량원
배설물 분해하며 미생물엔 먹이 제공 장치 고안
살균 뒤 살아남는 영양 풍부 미생물들도 발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피자 파티를 열고 있는 우주인들.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피자 파티를 열고 있는 우주인들.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만일 미래에 몇 달, 몇 년 걸리는 긴 우주여행이 실현된다면 그때에는 우주여행 중에 때때로 사람 똥오줌을 재활용해 얻는 음식을 먹을지도 모른다. 똥오줌에서 자란 단백질·지질 많은 미생물들이 우주인의 영영가 있는 식품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의 결과가 보고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은 미항공우주국(나사)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에서, 사람 배설물을 분해하고 거기에서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한 박테리아들을 자라도록 해 바이오매스(동식물·미생물 등 생물유기체의 총칭)형 식량과 정제된 물을 얻을 수 있는 기초단계의 장치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우주 생명과학 연구>라는 학술저널에 발표했다.

인간 배설물을 이용해 기를 수 있는, 잠재적 우주 식량원 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틸로코쿠스 캡술라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간 배설물을 이용해 기를 수 있는, 잠재적 우주 식량원 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틸로코쿠스 캡술라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간 배설물을 식품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미래에 장기적인 우주여행이 실현된다면 사실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우주 기술로는 몇 달, 몇 년이나 걸리는 여행 기간에 먹을 식량을 우주선에 다 싣고 갈 수 없다. 우주선 안 공간도 여의치 않을 뿐더러 연료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우주선 안에서 수경재배를 해서 식량을 얻는 방법은 너무 오래 걸리고 에너지도 필요하기에 이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쉽잖다. 이런 점 때문에 ‘재활용’은 우주 식량 생산의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인의 오줌을 재활용해 마실 물을 얻는 기술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으나, 똥의 재활용 기술은 아직 없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우주인 배설물을 빠르게 분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미생물을 이용해 식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연계해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음을 기초연구와 구상 수준에서 보여주었다.

긴 원통 장치는 안에서 인간 똥오줌을 흘려 빠르게 분해하면서 동시에 식량원이 될 미생물의 먹이로서 메탄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제공
긴 원통 장치는 안에서 인간 똥오줌을 흘려 빠르게 분해하면서 동시에 식량원이 될 미생물의 먹이로서 메탄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제공
연구진은 먼저 산업체에서 쓰는 오폐수 처리 장치를 응용해 1m가량 길이의 긴 원통 장치에서 인간 배설물을 흘리며 빠르게 분해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산업체 장치에서는 며칠 걸리는 분해 과정이 새롭게 개발된 장치에서는 13시간 만에 처리됐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여기에서 나온 메탄 가스는 메탄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인 메틸로코쿠스 캡술라투스(Methylococcus capsulatus)의 성장을 돕는 데 쓰인다. 이 실험에는 특정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오폐수 처리 실험을 할 때 쓰는 인공 분변이 사용됐다.

또한 배설물을 재활용하면서 병원균도 없애야 하기에 살균을 위한 과정으로 고알칼리 상태나 고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연구진은 이런 상태에서도 살아남아 식량원이 될 수 있는 박테리아로서 로모나스 데시데라타(Halomonas desiderata)와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Thermus aquaticus)를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찾은 세 종류의 박테리아들이 높은 단백질과 지질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식량원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M. 캡술라투스로 만들어진 바이오매스는 52%의 단백질과 36%의 지질로 구성되었으며, H. 데시데라타 바이오매스는 15%의 단백질과 7%의 지질, T. 아쿠아티쿠스 바이오매스는 61%의 단백질과 16%의 지질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대학 보도자료에서 “(인간 배설물에서 만들어진 식량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일종의 미생물 찐득이인 마마이트나 베지마이트 같은 식품과 약간 비슷한 개념”이라며 “우리가 만든 시스템을 더 손봐서 배설물에 있는 85%의 탄소와 질소를 단백질로 바꿀 수 있다면, 장기 우주여행을 위한 훌륭한 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미래의 장기간 유인 우주 임무수행에서는 생명 유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물과 영양분의 효과적 재활용이 필요해질 것이다. 생물학적 배설물 처리는 물리화학적 처리 방법에 비해 에너지 집약도가 작지만, 혐기성 메탄 생성 방식의 배설물 처리 방법은 느린 처리 속도와 메탄 생산 관련 안전성 문제로 인해 대체로 기피되어왔다. [...] 이 연구에서 우리는 혐기성 분해(anaerobic digetion)를 통해 배설물을 처리하며, 이어 박테리아 메틸로코쿠스 캡술라투스(Methylococcus capsulatus)의 메탄-영양성 성장을 통해 직접 먹을 수 있거나 또는 물고기 같은 다른 고단백질 식품원을 생산하는 데 쓰일 수 있는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한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더욱 신속한 메탄 생성 배설물 처리를 위해 우리는 모의 오폐수(ersatz wastewater)를 처리하기 위해, 고정 필름이 있고 유체가 흐르는 혐기성 반응기를 구축하고서 시험했다. [...] pH 12 상태에서 처리된 반응기의 산출물을 조사하며, 우리는 높은 pH의 조건에서 아세테이트 분해가 가능한 할로모나스 데시데라타(Halomonas desiderata) 균주를 분리했다. 다음에 우리는 알칼리성 할로모나스 데시데라타의 영양 성분을 조사했으며 또한 병원체를 배제해야 하는 조건에서 자라는 단백질과 지질의 보충원으로서 열을 잘 견디는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Thermus aquaticus) 균주의 영양 성분을 시험했다. M. 캡술라투스 바이오매스는 52%의 단백질과 36%의 지질로 구성되었으며, H. 데시데라타 바이오매스는 15%의 단백질과 7%의 지질로 이루어졌고 T. 아쿠아티쿠스 바이오매스는 61%의 단백질과 16%의 지질로 구성되었다. 이 연구는 소형 반응로 설계에서 신속한 배설물 처리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고 다른 영양을 취하는 미생물 성장을 통해 식품에 영양분을 다시 재활용하는 방안을 보여준다.

[Life Sciences in Space Research, https://doi.org/10.1016/j.lssr.2017.07.006]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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