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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눈 올까 걱정하는 평창…길쭉한 마른눈은 ‘괜찮아’

등록 2018-02-12 06:59수정 2018-02-12 11:36

[미래&과학]
인공눈으로 경기장 국제기준 맞춰
눈 오면 되레 경기력 발휘에 방해

한반도 강설 유형은 모두 6가지
올림픽 중반까진 안내린다지만
‘극저기압형’땐 동해안 폭설 최악
‘저기압형’땐 경기장별 적설 달라
기온·습도 따라 경기진행도 영향

눈 오면 푹해진다는 속설 있지만
실제 들어맞았던 경우는 13%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평창에서 열린 프리스타일스키 여자 모굴 예선 경기.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9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평창에서 열린 프리스타일스키 여자 모굴 예선 경기.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의 막이 오른 뒤 눈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경기들이지만 정작 눈이 안 와야 진행이 원활하다. 한반도에 오는 여러 유형의 눈 가운데 겨울올림픽이 경계해야 할 건 동해안 폭설을 몰고 오는 ‘극저기압형’이다.

한겨울 세계의 ‘눈꽃 축제’인 평창올림픽이 지난 9일 개막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기상청의 중기예보(10일 예보)로는 경기 기간 중간 시점까지 강원도 지역에 눈 소식이 없다. 기온도 초반에는 평년보다 다소 낮은 상태였다가 후반에는 평년과 비슷한 분포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눈 없는’ 겨울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임장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기상기후팀장은 “강설은 눈 위에서 펼치는 스키 등 경기를 진행하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독’이다. 이미 국제연맹 기준에 맞춰 인공눈으로 경기장을 조성해 놓아 눈이 오면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산악 지역과 동해안은 겨울철 폭설이 잦은 곳이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겨울철 한반도에서 눈이 내리는 것은 대부분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과 찬 공기의 남하와 관련돼 있다. 기상청은 한반도 강설 유형을 크게 6가지 정도로 나눈다. 이 가운데 한대제트축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고 그 북쪽에 차가운 기단 아래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해 서해 바다와 만나면서 해기차(바다와 대기의 온도 차이)에 의해 만들어진 눈구름이 충남 서해안과 호남, 제주 등지에 많은 눈을 내리게 하는 ‘서해안형’이 가장 빈도가 높은 유형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유형이 ‘동해안형’으로 겨울올림픽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많은 눈을 내리게 할 수 있다. 이 유형에서는 한대제트축이 한반도 북쪽에 걸쳐 있는 상태에서 연해주 부근에 저기압이 정체돼 있어 동풍류가 동해안에 불어들어와 영동 산악을 중심으로 큰 눈이 올 때가 많다. 한상은 기상청 ‘예보생산체계 전문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팀장은 “동해안형 중에서도 차가운 북극 공기가 남하해 동해안에 저기압이 형성된 상태에서 상층 대기에 강한 회오리(와도)가 일어나면 동해안 쪽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극저기압형’으로 분류되는 이 강설 유형은 2005년에는 저기압 중심이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 부산지역에 3월5~6일 이틀 동안 41.4㎝의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한반도에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한반도 전체에 눈이 오는 경우에도 올림픽 경기장에 눈이 올 수 있다. 저기압이 한대제트축 위쪽으로 지나가면 ‘한랭 종관 저기압형’으로, 아래쪽으로 지나가면 ‘온난 종관 저기압형’으로 분류된다. 한랭 종관 저기압형은 한대제트축이 남쪽으로 처져 있는 상태에서 중국 중부에 있던 저기압이 한반도에 다가오면서 대설을 내리는 경우로, 2010년 1월4일 서울에 내린 25.8㎝의 폭설이 대표적 사례다. 임장호 팀장은 “북한지방 쪽으로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으면서 강원 중북부 영서지방 쪽만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올림픽 경기장 중 북서쪽에 위치한 휘닉스 경기장에만 눈이 올 수 있다. 올림픽 경기장들은 조밀한 지역에 모여 있으면서도 경기장별로 강설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눈이 오는 양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눈이 오는지도 중요하다. 동해안형은 대부분 습한 눈(습설)으로, 같은 강수량이라도 눈이 쌓이는 양이 건조한 눈(건설)에 비해 적다. 이규원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교수는 “눈은 온도와 습기의 변화에 따라 입자가 다양하다.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면 바늘 모양의 눈이 많고 영상 1도~영하 4도에서는 함박눈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겨울스포츠를 하기에는 온도가 낮은 데서 내리는 건설이 좋다”고 말했다.

강설 유형에 따라 눈이 온 뒤 날씨도 달라진다. “눈 온 뒤에는 거지가 빨래를 한다”는 속담은 눈이 온 다음날엔 거지가 입고 있던 옷을 빨아 입을 만큼 따스하다는 말이지만 이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적어도 올해 1월의 경우 속담은 전혀 맞지 않았다. 지난 1월9일 충청과 호남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10일 오전 9시 현재 청주 15.2㎝, 홍성 12.5㎝, 광주 9.5㎝, 전주 9.0㎝의 적설량이 기록됐지만 10~12일 사흘 동안 강한 추위가 닥쳤다. 이때 내린 눈은 한랭 종관 저기압형으로 분류된다. 1월22일에도 경기와 강원 북부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당일 밤 11시 현재 춘천 5.0㎝, 평창 11.5㎝, 양양 7.0㎝의 눈이 쌓였지만 다음날부터 최강 한파가 몰아닥쳤다. 발해만 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 북쪽을 지나면서 눈을 내리는 ‘발해만 저기압형’ 유형으로 분류된다.

눈이 내리는 전남 순천시 낙안민속마을. 2017년 기상사진전에서 입상한 김진화씨 작품이다. 기상청 제공
눈이 내리는 전남 순천시 낙안민속마을. 2017년 기상사진전에서 입상한 김진화씨 작품이다. 기상청 제공
한상은 팀장은 “눈이 온 뒤에도 따뜻한 기운이 유지될 수 있는 경우는 온난 종관 저기압형뿐이다. 한대제트축이 한반도 북쪽에 자리잡은 상태에서 중국 내륙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남해상을 지나갈 때로 저기압이 머무는 하루 이틀 따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기상과학원과 연세대 공동연구팀은 기상학술지 <대기>에 게재한 논문에서 한반도 강설 유형을 기단변질형, 동해안 지형성 강설 유형, 온대 저기압 유형, 남쪽 해상 저기압 유형, 복합형 등 5가지로 나눴다. 기상청이 분류한 강설 유형과 비교하면 서해안형이 기단변질형, 동해안형과 극저기압형이 동해안 지형성 강설 유형, 한랭 종관 저기압형이 온대 저기압 유형, 온난 종관 저기압형이 남쪽 해상 저기압 유형, 발해만 저기압형이 복합형에 해당한다. 공동연구팀이 1981~2001년 21년 동안 11월부터 다음해 2월 사이에 전국 75곳에서 관측한 자료 중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20㎝ 이상 눈이 기록된 사례 118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단변질형이 42회로 가장 많고, 동해안 지형성 강설 유형이 23건, 온대 저기압 유형이 14건, 남쪽 해상 저기압 유형이 16건, 발해만 저기압형이 14건, 기타 9건이었다. 결국 눈이 온 뒤 따뜻한 경우는 전체의 13.6%뿐인 셈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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