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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카이스트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 성장 도전” 선포

등록 2018-03-13 16:20수정 2018-03-13 21:07

개교 60돌 맞으며 미래발전 전략 마련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 발돋움 목표
지향할 가치로 창의·도전에 배려 추가
예산 2배 확보해 교수진 2배로 늘릴 터
융합학부 설립해 4차산업혁명 인재 양성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카이스트 비전 2031’ 미래전략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카이스트 비전 2031’ 미래전략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13일 오는 2031년 개교 60주년을 맞아 세계 10위권의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한 ‘카이스트 비전 2031’ 미래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1971년 설립한 카이스트의 제2도약을 위한 5대 혁신 전략을 마련하고 도전·창의·배려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실천해나가기 위한 ‘카이스트 비전 2031’을 국민 앞에 선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총장은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게 된 배경을 카이스트 설립 취지를 담고 있는 ‘터만 리포트’에서 찾았다. 터만 리포트는 1970년 후진국을 지원하는 부서인 미국 원호처(USAID)가 한국에 대한 600만달러 차관을 결정하고 나서 어떻게 쓸 것인지 타당성을 검토한 보고서이다.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레데릭 터만을 책임자로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등 5명이 작성했다. 신 총장은 “카이스트 설립의 배경이 된 터만 리포트의 마지막 장 제목이 ‘미래의 꿈(드림 오브 더 피처)’이었다. 보고서는 30년 뒤 곧 2000년대가 되면 카이스트가 국제적 명성을 가지는 훌륭한 기관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은 카이스트가 한국민의 자존심, 자신감을 고양해주고 한국을 안정된 사회로 이끄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미래완료 시제로 써 있다. 미래완료 시제는 확신이 없이 쓸 수 없는 표현이다. 카이스트는 이런 확신 덕인지 2000년 이후부터 많은 결과를 내면서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이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는 지금까지 6만2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이 가운데 1만2600여명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 총장은 “졸업생들은 우리나라 산업화, 정보화 혁명의 핵심 인력이 됐다. 한국을 세계적 제조업 국가 반열에 오르게 한 반도체 분야의 박사급 25%가 카이스트 출신이고, 이공계 교수 20% 정도가 카이스트 출신이다. 카이스트는 창업의 산실이자 벤처 사관학교로, 동문창업 기업 수가 네이버·넥슨을 포함해 1450개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카이스트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전체 예산 8천여원 가운데 25%인 2천여억원이 정부 지원으로, 47년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총액은 3조2천억원에 이른다. 동문창업 기업을 통해 3만2천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연간 13조6천억여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카이스트 설립은 투자대비 수익률이 매우 높은 성공적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15일 최초의 동문 총장으로 취임한 신 총장은 취임식에서 60주년이 되는 2031년을 바라보는 비전과 전략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한국이 최빈국인 상태에서 카이스트가 설립됐음에도 터만 보고서가 예견한 꿈이 대부분 이뤄졌다. 여기서 무엇을 더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교수님과 외부 자문위원 143명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1년 가까이 치열한 논의 끝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혁신전략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카이스트 비전 2031’에는 크게 교육·연구·기술사업화·국제화·미래전략 등 5개 혁신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 방안들이 담겨 있다. 교육혁신의 경우 도전과 창의 정신을 중시하던 과거의 인재상에 배려의 정신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동문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고, 2017년 말 각각 16%·22%인 일반고와 여학생 비율을 2031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마다 5%씩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외국인 학생도 전체 신입생 대비 8.4%인 70여명 수준에서 2021년까지 15%, 2031년까지는 30% 수준으로 확대된다. 전학년에 걸쳐 융합학을 전공할 수 있는 융합기초학부도 2019년 3월 도입된다.

연구혁신에서는 시니어와 주니어 교수 사이에 상보적·연속적 협력를 통해 학문의 대가 이어지도록 하는 초세대 협업연구실 제도가 눈에 띈다. 카이스트는 초세대 협업연구실을 2021년까지 30개 이상 지정하고, 2031년까지는 6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총장은 “국내 대학들의 평가 점수가 가장 낮은 부분이 국제화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수와 학생·연구원을 적극 유치해 카이스트가 국제적 학문 연구의 허브 구실을 하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현재 케냐와 2021년께 케냐과학기술특구에 카이스트를 모델로 한 대학을 공동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중이다.

신 총장은 “현재 8천여원인 예산을 2031년까지 2조원대로 늘려 670여명인 교수진을 2배로 늘리고 연구비도 3800억여원에서 1조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많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중국·싱가포르 등 신흥 교육·연구 투자 국가들의 추격을 고려하면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오는 20일 오전 대전 대덕연구단지 카이스트 본원에서 ‘비전 2031 선포식’을 연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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