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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뇌에서 쇼핑중독 관련 부위 찾았다

등록 2018-03-15 14:58수정 2018-03-15 15:07

카이스트 연구팀 동물실험 통해 발견
뇌 시상하부 일부가 소유 본능 일으켜
특정 부위 자극해 행동 조절 가능 밝혀
도벽·게임중독·수집강박 등 치료 단서

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뇌에서 쇼핑중독이나 수집 강박증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와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공동연구팀은 15일 “전시각중추라고 불리는 뇌의 시상하부 중 일부가 먹이를 획득하거나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전시각중추 신경을 활용해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7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인쇄본 3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우선 한 실험용 생쥐한테 장난감을 주고 가지고 놀게 했다. 또 다른 쥐는 아무 물건도 주지 않은 채 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쥐 뇌의 전시각중추(MPA) 신경회로가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시각중추는 뇌의 시상하부 중 앞쪽에 위치한 뇌 영역으로, 체온 조절, 활동일주기, 부모 행동, 성 행동 등 다양한 생리적 현상과 본능 행동들을 조절하는 부위이다.

연구팀은 반대로 생쥐의 뇌에서 특정 유전자(CamK2-a)를 발현하는 전시각중추 신경을 빛으로 자극하자 쥐가 장난감을 가지려고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전시각중추 신경이 ‘수도관주위 회색질’(PAG)로 흥분 신호를 보내 이상행동을 만들어내는 기작을 규명하고, 이것을 엠피에이-피에이지(MPA-PAG) 신경회로라고 이름지었다. 거꾸로 이 회로를 억제하면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사라졌다.

연구팀은 “쥐가 먹잇감에 대한 사냥행동을 할 때도 엠피에이-피에이지 회로가 활성화된다. 이것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나 먹이 등 유용한 사물을 얻는 행동이 모두 동일한 신경회로를 통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전시각중추가 물건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쥐 머리 위에 물건을 장착해 눈앞에서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선으로 조정하고, 엠피에이-피에이지 신경회로를 자극해 생쥐가 물체를 따라가도록 했다. 연구팀은 ‘미다스’(MIDAS)라고 이름붙인 이 기술로 생쥐가 원하는 경로대로 많은 장애물을 스스로 극복해가며 이동하도록 조종할 수 있었다.(위쪽 영상 참조)

연구팀은 “자원에 대한 소유행동 조절기전 발견은 인간이 다양한 형태로 소유욕을 발전시켜 현대 사회와 경제, 문화를 이루게 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쓸모 없는 물건을 집안에 모아두는 수집 강박증이나 쇼핑중독, 도벽, 게임중독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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