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면 미국 인구보다 많은 3억5천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이 추가 생산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팀 등 이스라엘과 미국, 스위스 국제공동연구팀은 28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제출한 논문에서 “소고기·돼지고기 등 동물 기반 식품을 식물 기반 식품으로 대체하면 2~20배의 식량이 더 생산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식품 대체에 의한 식품 손실(food loss)을 줄이는 것이 전통적인 식품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부패 등 유통과 소비 과정에 발생하는 전통적인 식품 손실과 대비해 식물 기반 식품 대신에 동물 기반 식품을 선택하는 ‘기회 식품 손실’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전통적인 식품 손실은 30~40%에 이르는 반면, 동물을 먹이는 데 들어가는 식량 등을 계산한 ‘기회 식품 손실’은 소고기 96%, 돼지고기 90%, 낙농제품 75%, 닭고기 등 가금류 75%, 달걀 40%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이들 자원 집약적인 동물 기반 식품을 식물 기반 식품으로 대체했을 때 단위면적당 같은 영양분 함유 식량을 2배(달걀)에서 20배(소고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물 기반 식품과 식물 기반 식품의 전통적인 식품 손실과 기회 식품 손실을 비교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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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우선 5가지 동물 기반 식품과 식물 기반 식품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칼로리를 비교했다. 그 결과 비타민 B12, 소듐(Na) 등 일부만 빼고 나머지 영양분들은 식물 기반 식품에 훨씬 많이 들어 있었다. 연구팀은 “소고기의 기회 식품 손실이 96%라는 것은 채식 식량을 생산하는 데 사용했다면 소비 단계 기준으로 인간 가용 단백질 100g을 산출하는 땅에서 소고기로는 4g밖에 산출하지 못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식품 손실을 소고기와 채식이 각각 45%, 35%이라고 하면, 생산 단계에서 소고기는 7g, 식채식 식량은 155g을 생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통적인 식품 손실을 제거했을 때 소고기에서 얻는 추가 단백질은 3g이지만, 식물 기반 식량으로 전환했을 때는 96g의 추가 단백질이 확보된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미국 전국 단위로 확대해 계산한 결과, 각각 동물 식품별로 소고기는 1억6300만명, 돼지고기 1900만명, 낙농제품 2500만, 가금류 1200만명, 달걀 100만명분의 식량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 계산으로 이들 5가지 동물 식품 이외에 모든 동물 기반 식품을 식물 기반 식품으로 대체하면 미국 인구 3억2700만명보다 많은 3억5천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양이 추가로 생산될 수 있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식품 손실과 기회 식품 손실 모두 개선할 문제이지만, 기회 식품 손실이 훨씬 크기 때문에 (식품 전환이)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식량 공급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물을 해결하는 것보다 이득이 많다. 식습관의 변화가 식량 확보와 안보에 중요하다는 것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