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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른 뇌에서 새 뉴런 생성 관찰”…논쟁 본격화

등록 2018-04-06 15:16수정 2018-04-06 15:50

지난달 “성인시기 뇌세포 생성 없어” 논문 파장 이어
다른 연구진 상반된 결론 “나이 들어도 새 뉴런 생성”
신생 뉴런 검출 실험 기법의 ‘적합성’ 점검 계기 될듯
“새로운 신경세포 있다.” 성인 뇌에서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왼쪽 위). 출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새로운 신경세포 있다.” 성인 뇌에서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왼쪽 위). 출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성인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뉴런)들이 생겨날까?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동물 연구결과에 이어 사람 뇌 연구에서도 그 증거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어른 뇌의 해마 부위에서도 줄어들긴 하지만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것은 통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다 최근 이런 통설이 과학논쟁의 무대에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이 성인 뇌에서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를 찾을 수 없었으며, 따라서 “성인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난다 하더라도 이는 극히 드문 현상”이라는 결론을 <네이처>에 발표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어른 뇌에서도 새 뉴런이 자란다?”…20년 통설 ‘흔들’).

이번에는 이런 도전적인 연구를 다시 반박하며 ‘성인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다수 발견된다’는 상반된 결론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성인 뇌의 신경발생’ 문제가 신경과학계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의대 마우라 볼드리니 교수 연구진은 생물학저널 <셀 줄기세포>에 발표한 논문에서, 14~79살 사망자 28명의 건강한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를 조사했더니 어린 뇌와 어른 뇌 모두에서 어린 신경세포와 분화 전 전구세포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이번 조사는 건강 상태와 병력이 알려진 사망자의 뇌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뇌 조직의 변성을 피하기 위해 사망 직후 24시간 이내에 뇌 조직의 조사분석을 시행했다고 한다.

어떻게 어린 신경세포나 신경 전구세포 등을 검출해냈을까? 연구진은 어린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특정 단백질, 신경 전구세포에서 나오는 특정 단백질 등을 검출함으로써 그 세포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을 썼다 (예컨대 신경 전구세포에 있는 GFAP, Sox2 같은 단백질이 검출되면 그 세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검출 방법은 특정 세포의 존재를 이 분야의 표준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각 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 발생을 양으로 확인하는 엄격한 방법을 개발했다. 그 세포를 하나하나 헤아리고 분석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인간 해마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볼드리니 연구진은 작은 부분을 검사하고서 이를 바탕으로 수학적인 모델을 사용해 서로 다른 유형의 세포 수를 계산하고 해마 전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의 분포를 계산했다.” (컬럼비아대학 보도자료)

이렇게 해서 “조사 대상인 아주 어린 뇌뿐 아니라 아주 나이든 뇌에서도 모두 신경 전구세포와 어린 신경세포가 수천 개 수준으로 발견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뇌 혈관에 관한 조사도 이뤄졌는데, 새로운 혈관 생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경 전구세포도 나이가 들수록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뇌의 노화에 관한 새로운 설명을 제시하는데, 즉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잠재능력은 대체로 유지되지만, 그 신경세포들을 연결하고 거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새로운 연결을 생성하는 잠재능력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학 보도자료).

“새로운 신경세포 없다.” 인간 뇌의 해마 부위에서 관찰되는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뉴런, 녹색)들. 왼쪽부터 갓난아기 때, 13살 때, 그리고 35살 때의 영상이다. 연구진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 생성이 13살만 돼도 극히 드물어진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제공
“새로운 신경세포 없다.” 인간 뇌의 해마 부위에서 관찰되는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뉴런, 녹색)들. 왼쪽부터 갓난아기 때, 13살 때, 그리고 35살 때의 영상이다. 연구진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 생성이 13살만 돼도 극히 드물어진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 제공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의 발표가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바로 얼마 전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돼 화제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은 태아부터 77살까지 다양한 사망자와 뇌전증 환자 등 59명의 뇌 해마 부위에서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가 얼마나 많은지를 조사했으나, 13살 뇌에선 매우 드물게 발견되었고 18살 이상에선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알려진 대로 신생 뉴런은 태아와 갓난아기에게서 다량으로 발견돼 갓 태어난 아기에는 어린 뉴런이 해마 조직 1㎟당 1618개나 있었으나 1년 뒤엔 5분의 1로 줄고 13살 때엔 2개가량만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두 연구진의 결과는 왜 달라졌을까? 온라인매체 <기즈모도>의 보도에서, 볼드리니 교수는 “(알라베스부이야 교수의) 연구진은 뇌 해마의 3~5개 지점을 조사했다는데, 이처럼 그들은 해마 전체를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뇌를 조사하기 전에 뇌를 보존하고 고정하며 준비하는 과정에 쓴 실험 기법이나 화학물질이 다르다는 점도 두 연구진의 결과가 달라지게 된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당연히, 상반된 연구결과를 발표했던 알바레스부이야 교수 연구진은 자신들의 결론이 수정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 연구진이 언론매체들에 밝힌 짧은 글이다.

“볼드리니 연구진의 새로운 연구는 성인 뇌 해마에서 혈관 성장이 감소한다는 흥미로운 증거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성인 뇌에서 새로운 뉴런의 증거로 제시한 세포 염색 실험의 해석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한다. 새로운 뉴런을 확인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운 일이다. 최근 연구에서 우리는 볼드리니 연구진이 보고한 것과 비슷한 관찰을 했지만, 전자현미경과 유전자 발현을 포함해 문제가 된 세포들의 모양과 여러 특성에 대해 폭넓게 추가 분석을 수행한 뒤에 이 세포들이 실제로는 어린 뉴런이나 신경 전구세포가 아니라 다른 유형의 세포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새로운 연구가 최근 발표한 우리 연구의 결론에 도전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결론은 이렇다. ‘성인 뇌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난다 해도, 그것은 지극히 드문 현상이다.’” (<기즈모도>의 보도에서)

성인의 뇌, 특히 해마 부위에서는 나이가 들더라도 상당수의 신경세포들이 새롭게 생겨날까?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는 신경줄기세포가 성인 뇌에도 있는지 여부는 인간 뇌질환 치료 연구 분야에서는 특히나 중요한 관심사다.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인간 뇌 해마를 조사하고서 그 결과는 서로 상반된다는 점에서, 신생 신경세포를 검출하는 데 쓰인 현재의 검출실험 기법들이 얼마나 정확한지에 관해서도 실질적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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