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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연구실의 외국인 동료, 가장 좋은 점은?

등록 2018-05-01 11:20수정 2018-05-01 11:49

[과학기술은 ‘다문화 연구실’ 시대]
BRIC-한겨레 미래&과학 등 공동기획
국내 연구자 설문, 1240명 응답 결과

‘외국인 연구환경 기여 역할 긍정적’ 77%
‘언어’ ‘문화 차이’ 불편 우선 꼽아
“국내인 역차별”인식도 48%나 달해
외국인 대신 행정, 잡무 등 부담 느껴
국내인-외국인 연계된 연구환경 문제
“개별연구실 넘어 정책차원에서 풀어야”
외국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 생활을 하는 국내 연구실이 늘어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외국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 생활을 하는 국내 연구실이 늘어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국내 과학기술 연구실의 연구성과들 중 일부는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외국인 연구자 덕분이다. 외국인이 주도하는 연구도 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외국인 연구자들이 부쩍 늘어나, 실험실에서 외국인 연구자를 마주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특히 대학원생의 증가는 두드러진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이공계의 외국인 대학원생이 2005년에 2378명에서 2015년에 7235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상대적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아래 상자글 참조).

이런 흐름을 확인해주듯이, 국내 연구자들 다수가 외국인 연구자와 함께 연구실 생활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이 국내 연구 환경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불편과 갈등의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국내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는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도 상당수에 달해, 다문화 연구실 시대에 걸맞은 연구 환경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한겨레> 미래&과학팀, 과학기술인단체 ‘이에스시’(ESC)의 열린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국내 다문화 연구실에 관한 국내 연구인력의 인식도 설문조사’를 벌여 이공계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 등 1240명이 답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연구인력과 함께 연구실 생활을 해본 경험이 이공계에서는 이제 대체로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설문 참여자의 72%가 연구실에서 외국인 연구자와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만난 외국 연구인력은 거의 대부분이 대학원생(68%)이었으며 다음으로 박사후연구원(19%)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연구자에 관한 연구환경 개선이 이뤄진다면 그 대상이 주로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임을 보여준다. 설문응답자의 대다수는 외국인 연구인력이 ‘지금과 비슷하게 증가’하거나(57%) ‘현재보다 더 큰 비율로 증가할 것’(35%)으로 내다봤다.

국내 연구자들은 외국인 연구자들이 국내 연구실에서 언어 문제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리라고 답했다. ‘함께 생활했던 외국인이 국내 연구실 생활에서 가장 불편해 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설문응답자의 36%는 ‘언어’ 문제를, 34%는 ‘문화적 차이’를 꼽았다. 우리 언어와 문화에 낯선 외국인 연구인력에 대해 특별한 배려나 고려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65%,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4%에 달해, 설문응답자들이 외국인 연구자들의 어려움에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외국인 연구자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연구인력이 국내 연구 환경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 설문응답자의 77%는 ‘매우 긍정적’(11%) 또는 ‘다소 긍정적’(66%)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다소 부정적’(19%), ‘매우 부정적’(3%)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아, 국내외 연구인력 간에는 갈등의 여지도 상존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설문응답자들은 외국인 연구자에 호의적이며 배려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연구자가 ‘역차별’을 받고 있거나 업무 부담을 대신 떠맡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구실 생활에서 외국인과 비교해 국내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동의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설문응답자의 52%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45%) 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6%)고 응답했으나, ‘어느 정도 동의한다’(35%) 또는 ‘매우 동의한다’(14%)라는 응답도 절반에 가까운 48%에 달했다. 또한 설문에 응한 국내 연구자의 77%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연구자를 위해서 은행 업무나 행정 업무, 의식주 문제를 돕는 일이 크건 작건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설문지에 따로 적은 응답자들의 한마디들에서도 국내 연구자들은 외국인 연구자에 비해 연구실 사무와 잡무를 하느라 연구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았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 등 청년과학자들이 현재 애로사항으로 행정 업무 과다 등으로 인한 연구 수행 관련 어려움(25.5%)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국내인과 외국인 연구환경 문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이강수 실장은 “최근 몇년 간 국내에도 외국인 연구자,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다문화 연구실’이라는 지금까지와 다른 연구실의 ‘관계 문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기초적인 현황 조사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다문화 연구실 문제는 연구실 구성원이 알아서 풀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대학, 연구기관, 정책 당국이 함께 개선해나가야 할 사안임을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설문응답자들이 설문지에서 남긴 한마디들 중 일부를 다듬은 것이다.

외국인 연구자와 연구실 생활을 함께 하며 얻은 긍정적인 점은?

- 외국인이 실험실에 있으면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므로 자연스럽게 영어 사용에 익숙해지는 긍정적인 점이 있었다.

- 영어에 익숙한 분이라 학회지와 관련한 정보를 포함해 영어 논문 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 다소 경직되고 (선후배 간의) 수직적인 연구실의 연구 환경이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들이 들어오면서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수평적 분위기로 바뀌었다.

- 무엇보다도 다양한 인재 풀에서 모인 연구자들이므로, 그로 인한 연구 시너지가 상당히 있다.

- 외국인은 토론을 좋아한다. 함께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연구 발전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더 넓게 세상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

- 외국인이 나중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 유망한 연구자가 된다면 그만큼 훗날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쌓을 관계가 될 수 있다.

- 서로 다름을 이상하게 느끼지 않게 되었다.

부정적인 점은?

- 언어 문제가 가장 크다.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외국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실험실 내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뤄지는데, 대부분 외국인이 영어권 출신이 아니라 영어 소통에 조금 어려움이 있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에서 교육 받을 때의 문제가 심각하다.

- 연구실에 대한 주인의식이 다소 부족한 듯하다. 이것은 외국인 연구자 개인 문제이기보다 한국 연구실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국내인 연구자가 부담할 일이 많아진다. 예를 들면, 국내 학회에 갈 때 등록을 대신해줘야 한다. 연구계획서 작성과 연차보고서 등을 모두 한글로 작성해주어야 하므로 국내인한테 부담이 된다.

<자료> 국내 외국인 이공계 학생/연구자 현황은?

과학기술 분야의 외국인 연구인력에 관한 통계조사 자료는 많지 않다. 최근 자료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펴낸 <2016 과학기술인력 통계조사>가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이공계 연구인력은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2007년 이래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 인력 현황 통계에서는, 2005년 200명 수준이던 것이 2015년 1100명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에 대학 전체의 외국인 교직원 인력은 2005년 2100명 선에서 2015년 6000명 선으로 증가했다. 전체 증가에서 이공계의 교직 인력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공계 분야의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2015년 기준으로 학부생이 7055명, 대학원생이 7235명으로 엇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의 외국인 학부생은 2005년 2600명에서 2011년 87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가 2015년 7100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외국인 대학원생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공계 분야의 대학원생은 2005년 2378명에서 2015년 7235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부생의 경우에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이공계 비중이 2015년 21.4%였으나 대학원생의 경우에 그것은 31.8%에 달해, 대학원생의 유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가 따로 분류되지 않은 전체 유학생의 국적 통계를 보면, 대학원생의 경우에 학부생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나라 출신들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국적의 비중은 2015년 49%를 차지했다. 아시아 다른 나라 출신의 비중은 30%에 달해, 아시아권의 대학원 유학생이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국적의 외국인 대학원생의 수는 2005년 100명 선에서 2015년 1200명 선으로 크게 늘어났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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