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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꽃잎 떨어질 때, 식물세포들은 ‘분업과 협업’ 분주하다

등록 2018-05-04 00:00수정 2018-05-04 13:50

국내연구진, 낙엽·낙화의 메커니즘 규명
기존 학설과 다른 새로운 ‘분리 원리’ 밝혀내 주목
이탈세포들만 분비하는 ‘리그닌’ 물질 핵심 역할
경계 울타리 만들어 정확한 지점 분리 일어나게
봄바람을 맞으며 떨어지는 꽃잎들. 한겨레 자료사진(김봉규 기자)
봄바람을 맞으며 떨어지는 꽃잎들. 한겨레 자료사진(김봉규 기자)
적당한 때가 되면 잎을 떨구고 꽃을 떨구는 일은 식물의 발달과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낙엽, 낙과, 낙화와 같은 식물의 탈리(분리)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세포 수준에서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 연구진이 잎이나 꽃이 식물 본체와 뚜렷한 경계선을 만들며 떨어지는 데에는, 떨어지는 잎이나 꽃의 세포들에서 분비하는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생물학저널 <셀>의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꽃잎의 탈리(분리)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그림. 탈리 현상이 활성화 되면 탈리가 일어나는 곳의 세포들은 잔존세포와 이탈세포로 분화되어 각기 다른 세포 반응과 세포 구조물을 나타낸다. 이탈세포에는 벌집 구조의 ’리그닌’ 물질이 형성되는데, 이탈세포 쪽에 형성된 리그닌은세포벽 분해 효소가 탈리가 일어날 위치에 밀집하도록 하는 울타리 구실을 한다. 식물 본체에서는 잔존세포들이 표피세포로 바뀌고 보호막(큐티클)이 형성된다. 그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제공
꽃잎의 탈리(분리)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그림. 탈리 현상이 활성화 되면 탈리가 일어나는 곳의 세포들은 잔존세포와 이탈세포로 분화되어 각기 다른 세포 반응과 세포 구조물을 나타낸다. 이탈세포에는 벌집 구조의 ’리그닌’ 물질이 형성되는데, 이탈세포 쪽에 형성된 리그닌은세포벽 분해 효소가 탈리가 일어날 위치에 밀집하도록 하는 울타리 구실을 한다. 식물 본체에서는 잔존세포들이 표피세포로 바뀌고 보호막(큐티클)이 형성된다. 그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제공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꽃과 잎이 떨어지는 과정에 이탈세포들에서 분비되는 리그닌이라는 물질은 떨어질 꽃과 잎을 식물 본체와 분리하는 경계선의 울타리 역할을 함으로써 낙엽, 낙과, 낙화와 같은 분리를 정확한 경계선 지점에서 일어나도록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연구결과는 이전까지 알려진 학설과는 다른 것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는 리그닌이 이탈세포가 아니라 잔존세포에서 생성돼 식물 본체를 보호하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는 이와 달리 리그닌이 이탈세포에서만 형성됨을 입증해 기존 학설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리그닌은 이에 걸맞게 육각형의 벌집 구조를 갖추고서 울타리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그닌’은 식물의 목질부를 이루는 주요한 고분자 화합물로서 식물 세포벽을 단단하게 해주고 줄기에서 물 운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잎과 꽃 등 기관의 분리 메커니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밝혀졌다.

‘울타리’로서 리그닌은 어떤 기능을 할까?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탈세포들 쪽에서만 분비되는 리그닌은 떨어질 잎에서 생성되는 세포벽 분해효소들이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고 정확히 구획된 지점인 경계선에 밀집하도록 하는 방벽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만일 리그닌이 존재하지 않아 세포벽 분해효소들이 탈리가 일어나야 할 지점 아닌 곳으로도 퍼지면, 이탈세포와 잔존세포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지고, 그럼으로써 부정확한 탈리가 일어나면 잔존세포의 보호막(큐티클) 형성도 저해돼 외부 세균 침입의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는 세포와 떨어지는 세포 간에 분업과 협업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탈세포와 잔존세포 간에는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서로 다르며, 이탈세포에서는 분리를 위해 세포벽 분해효소가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 반면에 잔존세포에서는 세포벽이 분리되지 않도록 이들 효소가 세포 내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또한 분리 과정에서 잔존세포들은 표피세포로 바뀌는 분화 과정을 거치며 보호막인 큐티클 층을 만들어 분리된 단면을 보호한다.

책임연구자인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전 식물노화수명연구단 그룹리더)는 “탈리(분리) 현상이 일어나는 경계의 두 이웃 세포들이 정확한 탈리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하는데, 이런 탈리 현상을 조절하면 작물의 꽃과 종자, 과일이 떨어지는 것을 조절해 수확량을 늘리는 생산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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