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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피 한방울로 예상분만일 알아낸다

등록 2018-06-08 14:38수정 2018-06-08 14:44

미국 연구팀 <사이언스>에 논문
혈액속 셀-프리 RNA 검출해 예측
초음파·월경주기법보다 저렴·정확
조기 출산 위험도 진단 가능

예상 분만일을 예측하는 일은 태아와 산모의 건강 관리 및 비용에 매우 중요하다. 기존 초음파 검사 방식은 비싸고, 월경주기법은 부정확하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혈액검사로 분만예정일과 조기 출산 여부를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예상 분만일을 예측하는 일은 태아와 산모의 건강 관리 및 비용에 매우 중요하다. 기존 초음파 검사 방식은 비싸고, 월경주기법은 부정확하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이 혈액검사로 분만예정일과 조기 출산 여부를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혈색 속 아르엔에이(RNA)를 분석해 분만일을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미국 스탠포드대 생명공학 및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은 8일(한국시각) “임신부의 혈액 속에 있는 셀-프리 아르엔에이를 통해 태아 발달과 수태 기간을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예상 분만일을 계산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기 출산을 예측해낼 수 있어 산모와 태아의 건강 관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이날치에 실렸다.

임신 시기와 과정은 수천년 동안 인류의 관심사였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태아 발달의 여러 단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알고 있었으며, 출산을 포함한 임신 기간의 주요한 시기들을 예측하기 위한 수학적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생물학자들은 태아가 태반 안에서 발달하는 단계에 대한 세포와 분자 수준의 상세한 지식을 확보했지만 이 지식이 임신부 개개인의 수태 기간(태아가 만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자궁 안에서 발달하는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분자 수준의 검사법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인간 융모성 성선 자극 호르몬(HCG)의 혈중 농도는 수정 여부 곧 임신했는지를 알아내는 데 사용된다. 임신 키트는 이를 이용한 것이다. 또 알파-피토프로틴은 태아의 건강 상태를 검사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이것들로도 수태 기간을 예측하지는 못한다. 현재 분만 예정일은 초음파 검사나 마지막 월경주기로 계산해 예측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는 비싸다는 한계가 있고, 월경주기 계산법은 부정확하다.

연구팀은 “출산 예상 날짜가 부정확하면 불필요한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하게 되고, 출산 뒤 건강관리 기간과 비용을 증가시킨다. 또 출산일 추정에 쓰이는 현재의 방법들은 정상 발달을 전제로 하고 조기 출산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에서는 해마다 1500만명의 신생아들이 조기 출생하고 있다. 조기 출생은 미국에서 신생아 사망과 생후 합병증의 제1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기 출산의 3분의 2는 자연적으로 일어난다. 임신이 위험한 상태에 놓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검사법들이 있지만 예측률이 17~21%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임신부의 혈액 속에 있는 셀-프리 아르엔에이(cfRNA)에 주목했다. cfRNA는 세포 안에 존재하던 RNA가 세포 밖으로 유출돼 혈액에 떠도는 RNA를 말한다. 암세포가 괴사할 때도 cfRNA가 혈액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건강검진 때 혈액검사만으로도 암세포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방법론을 수태 기간과 출생 전 위험성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혈액검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원한 31명의 덴마크 임신부들한테서 임신기간 동안 매주에 한번씩 혈액 샘플 수집했다. 모두 521개의 샘플이 모였고 임신부들은 모두 만기 출산했다.

분석 결과 태반 특이적인 유전자나 태아의 간에 많이 존재하는 유전자에 상응하는 cfRNA 농도는 임신이 진행되면서 증가했다. 태반 특이적 cfRNA나 일부 태아 간 cfRNA는 분만 뒤에는 사라져 이들이 임신에 의해 생겨났음을 뒷받침했다. 특히 연구팀이 발견한 태반, 면역체계, 태아 간 등의 유전자들은 서로 상관관계가 높았다. 연구팀은 “태반 유전자와 상응하는 cfRNA가 태아 발달의 정도와 임신 뒤 수태 기간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러닝머신(기계학습) 기법의 하나인 ‘랜덤 포레스트’를 활용해 분석 툴(도구)을 만들어 자원 임신부 31명 중 21명의 혈액샘플로 일차 실험을 하고 나머지 10명의 임신부 혈액 샘플로 검증하는 작업을 벌였다. 실험 결과 예상 분만일 예측 적중률이 임신 뒤 3~6개월 혈액 샘플로는 32%, 임신 뒤 6~9개월 혈액 샘플로는 23%, 두 기간 합동으로는 45%였다. 이는 임신 뒤 3개월까지의 초음파 검사로 예상한 분만일의 적중률 48%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혈액검사법은 초음파 검사와 유사한 정확도를 지녔으면서도 모든 임신 기간에 적용할 수 있고 마지막 월경주기 같은 신체적 정보를 알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하는 조기 출산에 대한 연구를 위해 펜시베니아대학의 코호트에서 15명, 버밍엄 앨라바마대 코호트에서 23명의 임신부를 모집했다. 이들은 선천적인 문제로 조기 출산 위험이 높거나 조기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였다. 연구팀은 자연 조기 출산과 만기 출산을 구별할 수 있는 cfRNA 전사체를 찾기 위해 만기 출산한 7명의 임신부와 조기 출산한 8명의 임신부 혈액 샘플에서 채취한 R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38개의 유전자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인자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확보한 cfRNA를 통한 조기 출산 예측률은 75~80%로, 기존 검사법(CL, fFN)의 예측률 17~21%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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