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리나라가 2017년 ‘세계 상위 1% 연구자’ 29명을 배출했지만 연구논문 수에 비해 우수 연구자 배출 성적은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 로이터 IP&S)는 27일 “한국 연구자 29명이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우수연구자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표되는 논문 수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수이다”라고 밝혔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014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인용색인데이터베이스(SCIE/SSCI) 논문 중에서 인용지수가 해당 연구분야에서 세계 상위 1%에 포함되는 논문(HCP·고인용 논문)을 발표하고, 해당 연구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나 우수한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HCR·1% 우수연구자)를 선정하고 있다. 2017년 ‘상위 1% 우수연구자’에 한국은 29명(외국 국적 2명 포함)을 배출해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분야별로는 약리학 및 독성학 11명, 수학 9명, 재료과학과 화학 각 7명 등이다. 2014년에는 18명이 선정됐으며 4년 연속 선정된 8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43명이 우수연구자 반열에 올라 있다. 2017년 세계 우수연구자 분포를 보면 미국이 1566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 327명, 중국 219명, 독일 185명, 오스트레일리아 116명 등이다.
하지만 각 국가에서 발표된 논문 1만편당 1% 우수연구자를 비교해보면 미국은 논문 1만편당 2.8명, 영국 2.6명, 중국 1.2명, 일본 0.7명을 배출하는 데 비해 한국은 0.5명에 그쳤다. 상위 10개 국가 평균 1.8명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논문 수로는 93명의 1% 우수연구자를 배출했어야 한다.
2017년 분석 대상 기간인 2005~2015년에 투자된 연구개발(R&D) 비용과 1% 우수연구자 수를 비교해봐도 한국의 연구성과 효율이 하위권임이 드러난다. 스위스의 경우 연구개발 비용 10억달러(약 1.2조원)당 2.05명, 오스트레일리아 0.96명, 미국 0.34명인 데 비해 한국은 0.05명으로 일본(0.05명)과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1% 우수연구자 수 비교에서도 미국은 1조달러(약 120조원)당 0.1명, 영국 0.12명인 데 비해 한국은 0.03명으로 중국(0.03명), 일본(0.01명)과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이날 배포한 ‘2017 HCR 분석을 통한 한국의 위상과 세계 동향’이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에서 ‘임상의학’(Clinical Medicine) 분야 논문과 인용지수를 비교해 한국 연구 논문 동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이 분야에서 한국은 12만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1% 우수연구자를 1명 배출했지만 스위스는 8만7천편의 논문을 발표해 우수연구자를 6명이나 배출했다. 덴마크의 경우 발표 논문 수는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1000회 이상 인용된 논문 수는 3배, 100회 이상 인용된 논문 수는 2배에 이르렀다.
연구 활동의 대학 쏠림 현상도 다른 국가와 비교됐다. 한국의 고인용 논문(HCP)은 62%가 대학에서 발표되고 나머지는 정부 출연연구소 23%, 병원 등 12%, 기업 3% 등이다. 스위스·네덜란드 등은 대학과 정부 연구소의 비중이 비슷하고 특히 기업에서 발표되는 논문 비중이 20%나 된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 비중이 11%에 이른다. 기업에서 배출된 1% 우수연구자도 미국은 33명, 영국 8명, 아이슬란드 6명, 일본 1명 등인데 한국은 1명도 없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논문 수 규모는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지만 우수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구 결과는 많이 부족하다. 논문 수 중심의 연구 성장은 오히려 연구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며 연구자 역량을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양산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다. 우수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체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