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만년 전 살았던 디키카 아기의 발뼈. 현대 아기의 발자국 위에 놓은 모습이다. 제레미 드실바(Jeremy DeSilva) 제공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연구진이 3백만년 전 유아가 2살반부터 이미 걸었다는 증거를 찾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연구 대상이 된 화석은 2002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디키카 지역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종에 속하는 2살반 여자아이의 뼈다. 한때 인류 최초의 조상으로 유명했던 ‘루시’(Lucy)와 같은 종이다. 이 화석은 ‘디키카의 아기’라고도 불린다. 논문의 주저자인 제레미 드실바(Jeremy DeSilva) 다트머스 인류학과 교수는 “3백만년 전 2살반 아이가 어떻게 걸었는지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최초로 잡았다”고 말했다.
디키카의 아기는 몸의 대부분이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이 가운데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발뼈를 연구해 보행의 증거를 찾아냈다. 화석의 발견자이자 논문의 공동저자인 제레스나이 알렘시지드(Zeresenay Alemseged) 시카고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이 종은 (최초의 인류로 알려진) 아르디피테쿠스(Ardipithecus) 보다 발전했지만 후세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만큼 잘 달리지는 못했다. 이번 결과는 사람족(hominin)의 골격 진화에 대한 우리 지식을 한층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키카의 아기는 비교적 잘 보전된 화석으로 연구진은 이에 대한 해부학적 분석을 통해 아이의 생활을 재구성했다. 이 아이는 두발로 제법 잘 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드실바 교수는 “포식 동물이 가득한 곳에서 잘 걷지 못했다면 이미 쉽게 멸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이는 보행도 했지만 동시에 나무 위에서 엄마에게 매달려 생활하기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골격 구조상 발가락이 매우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어른 보다 더 오래 나무에서 생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드실바 교수는 “아기가 아무런 보호 건물이 없는 3백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아 남으려면 해가 떨어진 뒤에는 나무 위에서만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루시 화석과 같은 종이기 때문에 이 화석은 그동안 ’루시의 아기’로도 많이 불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루시보다 20만년 오래된 조상이라고 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디키카 아기'의 전체 화석. 제레미 드실바(Jeremy DeSilv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