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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유령 입자’ 중성미자의 고향을 찾다

등록 2018-07-13 15:20

남극 아이스큐브 검출기로 포착한
중성미자 발원지로 ‘블레이자’ 지목
중심에 블랙홀 있는 거대 타원 은하
“100년 넘은 우주선 근원 난제 풀어”
한국 참여 국제연구단 <사이언스>에 논문
먼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는 남극 얼음 속에 설치된 검출기에서 원자핵과 반응하면서 자신이 날아온 방향을 과학자들에게 알려줘 발원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 제공
먼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는 남극 얼음 속에 설치된 검출기에서 원자핵과 반응하면서 자신이 날아온 방향을 과학자들에게 알려줘 발원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 제공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연구단이 고에너지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를 처음 찾아냈다. 관련 논문은 13일(한국시각)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전자기파에서부터 중력파, 중성미자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보내오는 신호들로 우주를 더욱 완전히 이해하는 새로운 우주물리학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중성미자는 원자핵 안의 중성자와 양성자 등 핵자를 결합하는 ‘파이온 입자’가 쪼개질 때 나오는 소립자로, 전하를 거의 띠지 않아 일반적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으며 질량이 매우 작아 ‘유령 입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우주선은 전하를 지닌 입자여서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경로가 휘어지는 바람에 역추적해 발원지를 찾아내기 어려운 반면 중성미자는 상대적으로 근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빅토르 헤스가 1912년 대기에서 관측되는 이온화 발생시키는 입자들이 우주에서 온 것임을 밝혀낸 지 100여년이 넘고, 엔리코 페르미가 1934년 이 ‘중성의 작은 입자’에 ‘뉴트리노’라는 이름을 붙인 지 84년, 코웬과 라인스가 1956년 중성미자를 직접 검출을 한 지 62년이 지났음에도 이 입자가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무엇이 머나먼 우주공간을 가로지르는 입자들을 만들어 쏘아보내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세계 49개 기관 3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은 <사이언스> 논문에서 남극에 설치된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가 검출한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근원이 이미 알려져 있는 ‘블레이자’(blazar)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블레이자는 그 중심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무거운 블랙홀이 존재하는 거대한 타원형 은하이다. 블레이자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회전 축을 따라 양극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기본 입자들로 구성된 두 줄기의 제트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한 줄기가 지구를 향하고 있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지난 10년 동안 약 2천개의 블레이자를 찾아냈다. 이번에 ‘중성미자의 고향’으로 지목된 블레이자(TXS 0506+056)는 지구에서 약 40억 광년 떨어져 있으며 오리온 자리의 왼쪽 어깨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남극에 설치된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 제공
남극에 설치된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 제공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검출기는 남극 얼음 표면에서 1.6㎞ 아래에 1㎦ 부피에 담긴 깊고 깨끗한 얼음과 격자 형태로 배열된 5160개의 광센서 모듈로 구성돼 있다.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는 얼음과 반응해 얼음 안에서 빛 형태의 신호를 만들어내는데, 아이스큐브의 광센서 모듈이 이를 검출해 간접적으로 중성미자를 찾아낸다. 이때 중성미자가 만들어내는 하전 입자와 빛이 처음 중성미자의 방향과 기본적으로 동일해 이를 관찰하면 중성미자의 근원을 거꾸로 추적할 수 있는 경로를 알 수 있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연구단이 찾는 중성미자는 지구 대기에서 우주선이 원자핵과 충돌할 때 생성되는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와는 다르다.

2017년 9월22일 아이스큐브는 남극 얼음을 통과해 지나갔을 수백만개의 중성미자 가운데 오직 하나의 신호를 포착했다. 이 사실은 곧바로 거의 실시간으로 자동으로 페르미망원경과 카나리아제도에 위치한 ‘감마영상 체렌코프 망원경’(매직·MAGIC)에 전파됐고, 두 망원경 또한 중성미자의 발원지가 TXS 0506+056 블레이자임을 확인했다. 이 중성미자는 약 300테라일렉트론볼트(TeV)의 에너지를 지지고 있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세른·CERN)가 운용하는 대형강입자가속기(LHC)의 26.7㎞짜리 링을 돌고 있는 양성자의 에너지(6.5TeV)보다 약 50배 크다. 연구단은 또 이전에 기록된 아이스큐브 검출기 데이터를 샅샅이 뒤져 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검출된 12건 이상의 중성미자 방출 현상이 TXS 0506+056 블레이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랜시스 할젠 미국 메디슨 위스콘신주립대 물리학과 교수(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선임 과학자)는 “이번 발견은 고에너지 중성미자와 우주선의 근원에 대한 최초 관측의 증거”라고 말했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검출기에서 검출된 중성미자는 얼음 원자핵과 반응해 청색광을 만들어 과학자들을 그들이 ‘고향’인 ‘블레이자’로 안내했다.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 제공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검출기에서 검출된 중성미자는 얼음 원자핵과 반응해 청색광을 만들어 과학자들을 그들이 ‘고향’인 ‘블레이자’로 안내했다. 아이스큐브 국제공동연구단 제공
아이스큐브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프랜스 코르도바 이사는 “다중 메신저 천체물리학(miltimessenger astrophysics·각기 다른 여러 관측 방법들을 함께 이용해 우주의 물리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의 시대가 도래했다. 전자기파에서부터 중력파, 중성미자까지 각각의 메신저들은 우주에 대한 더욱 완전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하늘의 가장 강력한 천체들과 사건들에 대한 새롭고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카르스텐 로트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8명의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13년부터 이이스큐브 연구단의 정식 연구협력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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