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위성 ‘마스 익스프레스’의 레이더 마시스(MARSIS)로 발견한 화성 지하 액체 물의 증거 이미지. 가장 위의 하얀 선은 전자기파가 처음 반사한 지표(Surface reflection)이며, 그 밑에 길쭉하게 난 지하 반사층(Basal reflection)이 액체 물이 고인 호수 표면으로 추정된다. 사이언스 제공
화성에서 대량의 액체 상태 물이 고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호수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화성에 물이 있다는 증거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얼음 상태이거나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었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 발생의 긴요한 조건이어서, 이번 발견은 우주 생명체 발견에 한발 다가간 성과로 평가된다.
국제천문연맹(IAU)의 로베르토 오로세이(Roberto Orosei)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화성 남극으로부터 북쪽으로 500㎞가량 떨어진 지점의 1.5㎞ 깊이 지하에서 길이 20㎞에 달하는 호수를 발견했다고 26일(미국 시각) 밝혔다. 해당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치에 실렸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 화성 탐사위성이 2012년 5월~2015년 12월 보내온 화성 남부평원(Planum Australe) 지하 측정 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찾아냈다. 2003년 발사된 마스 익스프레스는 2004년 화성 궤도에 안착해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화성 지표면을 탐사중인 마스 익스프레스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지하 탐사에 사용된 장치는 마시스(MARSIS)란 레이더로, 저주파의 전자기파를 화성 표면을 향해 쏜 뒤 되돌아오는 파장을 분석해 화성 지하의 상태를 추정한다. 전자기파는 보통 땅이나 얼음 등은 잘 통과하지만 금속이나 물 등에선 잘 튕긴다. 그런데 대부분 얼음 등으로 이뤄져 잘 통과한 다른 곳과 달리 이곳에선 지하 1.5㎞ 지점에서 전자기파가 강하게 튕겨 나왔다.
연구진이 데이터의 전기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이곳은 지금까지 화성에서 관측한 어떤 곳과도 달랐다. 연구진은 액체 이산화탄소가 있을 가능성 등을 연구했지만 액체 물 상태인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이번 관측값과 맞지 않았다. 연구진은 과거 지구의 남극과 그린란드의 땅속에서도 레이더로 물을 찾아낸 적이 있는데, 이번 관측값과 특성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표면 온도는 영하 110℃ 정도이며, 지하 1.5㎞ 지점도 영하 70℃에 가깝다. 그런데도 물이 액체 상태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등이 많이 녹아 있어 빙점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 땅속은 표면보다 압력이 높아 빙점을 더욱 낮추는 효과가 있다.
<사이언스>는 이번 발견에 대해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지를 둘러싼 수십년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우주를 연구하는 이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지구 밖 생명체를 발견할 중요한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본부 최기혁 박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액체 상태의 물이 전제 조건으로 필요하다. 이번 발견은 외계 생명체와 직접 연관되는 획기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논문 초록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