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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치료 길 열리나

등록 2018-08-02 01:59수정 2018-08-02 10:05

카이스트 연구팀 <네이처>에 논문
돌연변이 암 부위 아닌 다른 영역서 발생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방향 제공 기대
교모세포종의 발암 시작을 불꽃놀이에 비유한 그림. 암의 발생이 암이 존재하는 부위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뇌실하영역에서 시작함을 보여 주는 것으로, 불꽃 하나 하나가 무수히 셀 수 없는 암세포라면, 그 근원은 불꽃을 발사하는 대포에서 시작됨을 묘사하고 있다. 이정호 교수 연구팀 제공
교모세포종의 발암 시작을 불꽃놀이에 비유한 그림. 암의 발생이 암이 존재하는 부위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뇌실하영역에서 시작함을 보여 주는 것으로, 불꽃 하나 하나가 무수히 셀 수 없는 암세포라면, 그 근원은 불꽃을 발사하는 대포에서 시작됨을 묘사하고 있다. 이정호 교수 연구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뇌종양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은 교모세포종이 암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1일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돌연변이가 암 부위가 아닌 암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SVZ)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이날(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교모세포종은 미국 암 관련 사망률이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미국 정치인 에드워드 케네디,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이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중이어서 더 유명세를 탔다. 교모세포종은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은 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술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워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을 병행하지만 명확한 치료법이 수립돼 있지 않다.

연구팀은 생쥐 뇌실하영역에서 돌연변이를 만들어 이 세포(붉은색)가 다른 영역으로 이동해 큰 종양을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정호 교수 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생쥐 뇌실하영역에서 돌연변이를 만들어 이 세포(붉은색)가 다른 영역으로 이동해 큰 종양을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정호 교수 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수술 뒤에도 재발률이 높다는 점에서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 아래 종양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이라는 곳에 주목했다. 우선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수술을 한 뇌종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종양조직 외에 수술 중 제거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주변의 조직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딥 시퀀싱, 단일세포시퀀싱 등을 통해 교모세포종 시작이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낮은 빈도의 종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유전자 편집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뇌실하영역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 돌연변이 세포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해 교모세포종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돌연변이 세포가 곳곳으로 확산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부위에 종양으로 자란다는 것이다.

이정호 교수는 “교모세포종의 발병 원인이 암 발생 부위일 것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로 교모세포종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한테서 찾은 암의 원인을 동물모델에서 그대로 반영해 입증했기 때문에 동물모델에서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임상시험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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