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개화하면서 빨갛게 물드는 꽃을 모사해 개발한 소프트 액추에이터 논문이 실린 <어드밴스트 펑크셔널 머티리얼스> 표지.
국내 연구진이 활짝 피면서 색이 변하는 꽃, 날갯짓 할 때 색이 변하는 나비를 본따 움직임과 동시에 색이 변하는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최초로 개발했다.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12일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 은 나노와이어로 구성해 생체의 움직임과 색 변화를 모사한 새로운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등의 동력을 이용해 기계를 동작시키는 구동 장치를 말한다. 이 가운데 고분자 등 탄력 있고 가벼운 물질로 구성된 구동 장치를 소프트 액추에이터라 일컫는다.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펑크셔널 머티리얼스> 8일(현지시각)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생체를 모방한 로봇을 제작할 때 필수적인 요소이다. 열에 반응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는 열반응성 액추에이터가 개발되고 있지만 1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해 한계가 있다. 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방성 고분자로 구성돼 쓰임이 제한됐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향에 따라 열팽창이 다른 저밀도폴리에틸렌이라는 필름과 온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온도 감응형 염료가 적용된 폴리비닐클로라이드라는 필름을 전도성이 뛰어나고 투명·신축성이 있는 은 나노와이어 전극으로 연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개화하며 색이 발현되는 생체모방 꽃과 날갯짓을 하며 색이 변화하는 생체모방 나비 로봇. 서울대 제공
새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열팽창 계수 차이로 자유롭게 움직이고 약 4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잘 굽혀지는 동작을 했다. 가장 많이 굽은 상태를 1만번 이상 반복해도 내구성에 이상이 없었다. 또 온도 감응형 염료가 적용돼 액추에이터가 구동되면서 색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이를 이용하면 꽃, 카멜레온, 문어, 개구리처럼 스스로 색을 변화시키는 동·식물의 위장술, 직관적인 정보 전달 능력을 모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승환 교수는 “새 액추에이터는 움직일 방향의 설계를 손쉽게 할 수 있고 낮은 온도에서도 작동하면서 색을 변화시킬 수 있다. 생체모방 로봇, 위장 로봇, 인공근육과 같은 다양한 소프트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