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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로봇이 ‘일부러 틀린’ 답도 따라간 아이 74%의 의미

등록 2018-08-16 16:12수정 2018-08-17 10:13

애쉬 ‘사회적 압력’(심리적 압박) 실험 결과
로봇도 잘 믿는 아이들…어른보다 더 순응해
로봇 설정값이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
“확대되는 영향력 주의…어른도 자유롭지 않아”
이번 실험 중 로봇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벨기에 겐트 대학교 토니 벨패미(Tony Belpaeme) 제공
이번 실험 중 로봇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벨기에 겐트 대학교 토니 벨패미(Tony Belpaeme) 제공
어린이들은 어른과 다르게 로봇들이 미치는 사회적 압력(peer pressure)에 잘 순응한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빌러펠트(Bielefeld) 대학의 아나-리사 폴머(Anna-Lisa Vollmer)를 비롯한 연구진은 퀴즈를 푸는 실험을 통해 이런 경향을 입증했다. 해당 논문은 15일(미국 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실렸다.

사회적 압력이란 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심리적 압박을 뜻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함께 중국집에 갔는데 모두 짜장면을 시켜서 내키진 않지만 짜장면을 시켰다면 당신은 사회적 압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폴란드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1951년 이를 측정하기 위한 심리학 실험을 고안했다. 이 실험에서 대상자는 다른 참가자 3명과 함께 간단한 문제를 풀도록 요청받는다. 문제는 ‘그림에서 같은 길이의 선을 찾으시오’ 같은 답이 뻔한 쉬운 것들이다. 그런데 애쉬와 사전에 공모한 참가자들 셋은 특정 문제에서 다 함께 오답을 고른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대상자가 이런 상황에서 오답을 따라가는지를 통해 사회적 압력에 얼마나 순응하는지 측정할 수 있다. 당시 5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12번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약 75%의 참가자는 적어도 한 번 이상 엉뚱한 답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폴머 연구진은 이 실험을 비틀어 3명의 참가자 외에 3대의 로봇이 함께 문제를 푸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실험을 어른과 아이를 대상으로 진행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폈다. 실험 결과 성인은 애쉬의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성인들의 오답으로부터 사회적 압력을 받는 것이 나타났다. 하지만 로봇들이 함께 오답을 내놓았을 경우에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

하지만 7~9살 사이의 어린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로봇의 오답에 확실히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실험 결과 아이들의 틀린 대답 가운데 74%는 로봇이 모두 오답을 말했을 때 같이 따라간 결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로봇이 사회적 영향이 큰 더 많은 영역에 진출하는 가운데 아이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뿐 아니라 로봇에 대해서도 큰 의심을 두지 않는 아이들의 특성상 가정이나 교실에서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는 소셜 로봇이 도입될 경우, 이 로봇에 설정된 사고방식이 사회적 압력으로 아이들에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이번 실험에선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른도 로봇의 사회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고 보는 것도 위험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벨기에 겐트 대학교의 토니 벨패미(Tony Belpaeme) 로봇공학 교수는 “이번 실험에 우리가 쓴 로봇은 작고 장난감 같았다”며 ”만약 우리가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을 사용했다면서 더 강한 인상의 로봇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알 수 없다”고 미국 기술 매체 <더 버지>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소셜 네트워크상에 있는 가상 계좌의 봇들이 대량으로 유사한 의견을 내놓으면 이를 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흔들어 놓는 일도 가능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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