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 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연구 참가…인간에게도 있는 ‘렘수면’ 관여 유전자 발견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잠자는 동안 꿈을 꾸지 않는 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본 이(理)화학연구소 등이 참가한 국제연구팀은 잠자는 동안에도 뇌는 깨어있는 상태인 '렘수면'에 반드시 필요한 유전자 2개를 찾아냈다는 논문을 28일자 미국 과학지 셀 리포트에 발표했다. 사람에게도 있는 이 유전자 2개를 모두 파괴한 쥐는 렘수면이 없어져 꿈을 꾸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렘수면이 없는 생물이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이 연구결과는 앞으로 수면의 구조를 밝혀 수면장애 치료 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유류와 조류는 취침 시 깊은 잠을 자는 상태인 논렘수면과 얕은 잠을 자는 렘수면을 반복한다. 인간의 렘수면은 전체 수면시간의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꿈을 꾸거나 기억을 고정하는 작업은 렘수면 상태에서 이뤄진다.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에다 히로키(田泰己) 이화학연구소 생명기능과학연구센터 팀장(약리학)을 비롯한 연구팀은 렘수면을 제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에 주목했다. 아세틸콜린은 부교감신경이나 말단 신경에서 분비돼 흥분을 장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을 뇌세포에서 받아들이는 유전자 중 15개를 하나씩 파괴하면서 쥐의 수면을 살펴본 결과 'Chrm1'과 'Chrm3'이라는 2개의 유전자가 수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의 유전자 중 하나를 파괴한 쥐는 하루 수면시간이 평상시보다 82~118분 짧았다.
뇌파를 자세히 분석해 보니 이 유전자 2개를 모두 파괴한 쥐는 보통 쥐의 경우 70여분인 렘수면이 거의 제로였다. Chrm1을 파괴한 쥐는 렘수면과 논렘수면 모두 줄어든 데 비해 Chrm3를 파괴한 쥐는 렘수면 시간만 크게 감소했다.
렘수면이 제로인 쥐는 발육은 늦었지만 활동적이었다. 예비 실험에서 강한 기억장애 현상이 관찰됐지만 생존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우에다 팀장은 "렘수면이 제로가 되는 예상외의 결과에 놀랐다"면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수면의 의의와 구조를 규명해 수면장애 치료약 개발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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