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에 결합되어 있는 러시아 소유즈 모듈의 모습. 여기에서 최근 구멍이 발견돼 화제가 되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러시아연방우주청(ROSCOSMOS) 청장이 얼마 전 발견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구멍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뚫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연방우주청은 현재 자세한 조사 중이다.
러시아 정치인 출신으로 현재 러시아연방우주청장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로고진(Dmitry Rogozin)이 지난달 30일 국제우주정거장의 러시아 소유즈(Soyuz) 모듈에서 발견된 구멍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뚫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매체들이 5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구멍은 소유즈가 발사되기 전 지상에서 뚫렸을 수도 있고 우주 궤도에 오른 뒤에 정거장의 누군가가 뚫었을 가능성도 있다.
로고진 청장은 텔레비전에 나와 “(구멍 주변에) 누군가가 수차례에 걸쳐서 뚫으려고 한 흔적이 있다”며 “떨리는 손으로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제작 공정의 결함인가, 의도된 시도인가”라고 자문한 뒤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 우주에서 일어난 공작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소유즈 모듈에서 발견된 구멍은 작은 크기로 우주정거장 내부의 공기를 일부 우주로 배출하긴 했지만 우주인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에 구멍이 발견되긴 처음이라 원인이 무엇인지 관심을 불러왔다. 정거장의 우주인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여 구멍은 현재 막힌 상태다.
최초 구멍이 발견됐을 때 러시아연방우주청은 우주로부터 날아온 초소형 운석을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선 그 가능성은 없다고 배제했다.
러시아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자 전직 우주인인 막심 수라예프(Maxim Surayev)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우주인이 구멍을 뚫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누구나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구멍을 뚫었을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저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직 우주산업 엔지니어인 알렉산더 젤레즈니야코프(Alexander Zheleznyakov)는 무중력의 우주선 안에서 구멍을 뚫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어떤 우주인이 그런 짓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사보타주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맡고 있는 러시아우주청에 문의하라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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