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플라스틱 제품들. 최근 유아용품에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대체 물질도 내분비 교란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비스페놀A(BPA)의 대체물질인 비스페놀S(BPS)도 생식 능력 저해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의 패트리샤 헌트 교수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비스페놀S의 영향을 실험한 결과 “비스페놀A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논문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지난 13일 발표했다.
헌트 교수는 20년 전 비스페놀A의 위험을 대중에 알린 장본인이다. 플라스틱 제조에 쓰이는 물질인 비스페놀A는 내분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물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 모든 영·유아용 기구 및 용기와 포장에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한 바 있다.
헌트 교수의 이번 발견은 비스페놀A와 비슷하게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다. 20년 전 그는 실험실의 플라스틱 우리에서 지낸 쥐들이 기형 난자나 정자 수 감소와 같은 생식 문제를 겪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비스페놀A가 원인이란 점을 밝혀냈다. 이번에도 비슷한 증상을 관찰하고 원인을 추적한 결과 비스페놀A가 아닌 유사 물질인 비스페놀S가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비스페놀S는 폴리탄산에스테르나 에폭시와 같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주재료로 쓰이며 비스페놀A가 유해 물질로 알려지면서 그 쓰임이 더욱 늘고 있다. 폴리탄산에스테르는 전자제품, 기계부품 등에 쓰이며 에폭시는 인테리어 시공, 접착제 등에 쓰이는 물질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생식 세포를 비롯한 몸의 세포가 한창 성장 중인 쥐의 수컷과 암컷 배아를 소량의 비스페놀S에 노출했다. 그리고 자라났을 때 이들의 정자와 난자의 기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정상 범위를 넘어선 난자의 숫자가 기형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상으로 자라는 정자의 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트 교수는 “비스페놀A에 대한 앞선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비슷한 변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비스페놀S가 비스페놀A 만큼 위험하다고 결론 내리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RMIT)의 올리버 존스 교수는 “실험에 쓰인 쥐의 숫자가 매우 적고, (실험용 쥐는) 동종교배가 심하다”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영국 과학지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또 “쥐는 작은 인간이 아니다. 쥐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이 인간에게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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