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크프리트 전선을 폭격하는 미국의 폭격기. 미국 공군(U.S. Air Force) 제공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의 폭격기가 퍼부은 폭탄의 충격파가 워낙 강해서 지구 가장 바깥 대기의 전리층까지 흔들어 놓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딩 대학교의 크리스 스콧(Chris Scott) 교수와 역사학자 패트릭 메이저(Patrick Major)는 과거 전리층 전자 밀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고
이를 유럽 지구과학학회(European Geosciences Union) 학술지 <아날레 게오피지카>(Annales Geophysicae)에 26일(유럽 현지시각) 발표했다.
전리층은 고도 60㎞부터 1000㎞까지 지구 대기의 가장 바깥쪽으로, 태양 방사선의 에너지 때문에 공기의 각종 분자가 전자와 분리된 이온 상태에 있어 전리층이라고 불린다. 분리된 자유 전자는 짧은 시간 뒤에 보통 이온화된 원자와 결합하기 때문에 그 밀도가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태양 방사선이 전리층에 미치는 영향은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진한 편이었다. 두 연구자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2차 세계대전에 주목했다.
영국 런던 근처의 슬로(Slough) 전파 연구 센터(Radio Research Centre)는 1933년부터 1996년까지 전리층의 밀도를 기록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 자료와 1943년부터 1945년 사이 연합군이 독일과 점령 프랑스에 감행한 152개 주요 폭격의 폭탄 양에 대한 데이터를 서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폭탄이 떨어진 지상의 충격파가 전리층 전자의 밀도를 3% 감소시켰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스콧 교수는 “충격파의 영향은 폭발 지점으로부터 1000㎞ 떨어진 대기로부터 그 위 300㎞까지 관찰됐다”고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충격파가 폭발의 열을 상층 대기로 쏟아내면서 전자와 산소 이온을 감소시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티엔티(TNT) 1t의 폭발 에너지는 구름에서 지상으로 내리치는 낙뢰 1번의 에너지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앞으로 화산 폭발, 지진, 낙뢰 등 지상의 일들이 전리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전리층의 변화는 전파 통신, 지피에스(GPS), 전파 망원경 등에 영향을 미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