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침만으로 콜레스테롤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은 17일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의 이수현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혈액검사 없이 고지혈증 같은 지질대사 이상 환자들의 침(타액)에 들어 있는 극미량의 콜레스테롤을 분석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센서분야 국제학술지 <센서 엔 액추에이터 비(B)> 최근호에 실렸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방치할 경우 중년기 이후 심혈관과 대사성 질환의 위험성이 급격히 증가해, 보건당국은 소아청년기부터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혈중콜레스테롤은 농도가 높아 낮은 감도의 센서로도 검출·분석할 수 있어 현재 진단법은 혈액검사를 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사로 혈액을 채취하는 일은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키고 감염 위험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침에도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어 침으로 콜레스테롤를 검출하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지만 농도가 혈액에 비해 100분의 1~10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난관이 있었다. 침 속의 콜레스테롤을 검출하려면 센서가 1㎖ 당 100ng(나노그램·1ng는 10억분의 1g) 정도의 농도를 검출할 수 있는 고감도를 지녀야 한다.
키스트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를 이용해 한 연구원이 침에 들어 있는 극미량의 콜레스테롤을 전기화학적 임피던스 방식으로 검출하고 있다. 키스트 제공
연구팀은 침 속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 산화효소를 고정할 수 있는 나이트로셀룰로스 페이퍼와 백금 나노 구조를 갖는 고성능 센서를 각각 제작해 결합했다. 이 센서는 전기화학적 임피던스(전류가 흐르기 어려운 정도) 변화 측정을 통해 침 속에 들어 있는 나노그램 수준의 콜레스테롤을 검출할 수 있다. 연구팀이 이 센서로 고지혈증 환자 혈액과 침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비교해보니 침 속 콜레스테롤 농도가 혈액에 비해 1000분의 1 정도인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센서 플랫폼은 침이나 다른 체액으로 각종 호르몬이나 포도당 등을 검출하는 기술로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지혈증 등 다양한 지질대사 이상 증세를 정밀 진단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좀더 많은 임상 샘플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총콜레스테롤 외에 저밀도 콜레스테롤(LDL)과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중성지방에 대한 센서 플랫폼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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