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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20년간 변함없는 연구…3세대 태양전지 상용화 눈앞

등록 2018-11-26 04:00수정 2018-11-26 10:03

[기초연구로 빚은 성공 비결을 묻다]
③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

나노에서 매크로까지 일관연구
페로브스카이트 원천기술 확보
세계 선도하며 노벨상 후보 거론

2년전 연구자 공동투자로 창업
에너지효율은 상용화 수준 도달
안정성·독성 문제 해결이 관건
“2021년엔 제품 시판 가능할 것”

“기초-응용 연구는 자웅동체
꾸준한 연구지원이 성공 비결”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과학연구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의 논문 인용 데이터를 분석해 해마다 노벨상 후보 명단을 발표하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지난해 22명의 노벨상 후보를 발표하면서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포함시켰다. 한국 과학자가 클래리베이트의 노벨상 수상 후보에 선정된 건 유룡 카이스트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단장)에 이어 두번째다. 박 교수가 후보에 오른 것은 ‘고효율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응용한 연구로 관련 분야에서 높은 피인용지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2012년 세계 최초로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한 논문은 현재까지 4200회 이상 인용됐다. 박 교수는 “우수한 물질을 발견한 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필연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기초를 이해해야 좀더 우수한 물질이 나올 수 있다. 기초와 응용은 함께 움직이는 자웅동체와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처음부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를 시작한 건 아니다. 1997년 미국에서 염료감응형 전지 연구를 시작해 귀국 뒤에도 계속했지만 유기염료의 한계로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지 않았다. 양자점이라는 무기염료로 바꿔 연구를 했지만 오히려 효율은 더 떨어졌다. 2007년 스위스에서 열린 염료감응 기술 관련 학회에서 일본 토인요코하마대의 미야사카 스토무 교수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소개했는데 광전환 효율이 2~3%에 불과해 청중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박 교수의 눈은 번쩍 뜨였다. 박 교수의 석박사 연구 주제가 ‘초전도체 특성을 갖는 산화물 페로브스카이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페로브스카이트는 잘 아는 물질이었다.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보인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 소속돼 있던 한국과학기술원(키스트)에서 연구를 했지만 페로브스카이트 소자가 물이나 용액에 녹는 등 안정성에 문제가 많았다. 2009년 성균관대 교수로 부임했을 때 미야사카 교수가 뒤늦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논문을 발표한 데 자극을 받아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나 효율만 조금 더 올라갈 뿐 안정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박 교수팀은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라는 묘수를 냈고, 효율도 9.7%로 높였다. 연구팀 논문이 발표된 지 두달 뒤 미야사카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의 헨리 스네이스 교수 공동연구팀도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논문을 발표하면서 페로브스카이트는 제3세대 태양전지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로 떠올랐다.

박 교수는 정부의 장기적인 기초연구 지원을 연구 성공 비결의 하나로 꼽았다. 그는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등에서 20년 동안 꾸준히 과제를 받아왔기에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3~4년 진행하고 나서 효과가 없다고 중단했으면 지금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글로벌프런티어연구사업인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단장 최만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글로벌프런티어연구사업은 2010년 시작한 정부의 원천기술 연구사업으로 10개 연구단에 9년 동안 한해 100억~150억원씩 모두 1조2천억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박 교수는 장기 연구사업은 한 분야에 집중해서 오랜 시간 연구를 할 수 있는 ‘안심연구의 발판’이라고 표현했다.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은 태양광과 수소와 같은 분자에너지를 이용하는 청정 고효율 멀티스케일 에너지시스템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개념의 태양전지와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만수 교수는 “에너지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근본적인 현상들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스케일로 이뤄지지 않는다. 태양전지의 경우 태양광에서 발생한 전하를 수집해 전기를 만들고, 연료전지는 수소 등 분자를 가지고 촉매로 전하를 생성해 전기를 만드는 것으로 이런 현상은 나노나 마이크로 수준에서 일어나는데 태양전지는 눈으로 보는 매크로 스케일이다. 미래의 고효율, 고성능, 고경제성의 에너지시스템을 만들려면 모든 스케일을 아우르는 멀티스케일의 에너지시스템 원천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 연구가 연구단의 ‘대표상품’처럼 인식돼 있지만 새로운 개념의 저온작동 고체산화물연료전지(SFC)와 신개념의 수소자동차용 전해질막 등의 원천기술 개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지난해 연구단 소속의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특훈교수팀이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내고, 올해 7월에는 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1㎠ 소자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한 논문을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하는 등 연구단이 최고 효율을 잇따라 갱신하며 선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연구단은 더 높은 효율을 심사받고 있어 선두 탈환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최 교수는 “효율은 상용화를 위한 충분한 궤도에 진입했다. 사업화·상용화에는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다”고 했다. 최 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습기와 산소에 취약한 원인을 나노와 마이크로 수준에서 규명해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또다른 약점인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방안을 찾는 환경영향 세부과제도 신설해 연구 중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는 납이 들어 있어 페기 뒤 환경에 노출될 경우 독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은 2016년 연구단과 연구단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투자해 스핀오프 기업인 프런티어에너지솔루션(FES)을 창업했다. 연구단의 기술을 이전받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실용화를 위한 안정성과 독성 방지를 위한 인캡슐레이션기술, 대량생산기술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최만수 교수는 “연구단 사업이 2020년 8월이면 끝난다. 그때까지는 상용화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큰 기업이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듈까지 개발해 기술이전을 하면 2021년께 상용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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