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한 네안데르탈인의 모습.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 내에 있는 국립과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Wikimedia Commons
인류는 10만년 전만 해도 거의 아프리카 대륙에 몰려 있었다. 아프리카 밖의 유라시아대륙 서쪽과 동쪽에서는 이들의 사촌격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살고 있었다. 7만5천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 인류가 이들을 만나는 것은 불가피했다. 과학자들은 두 집단이 3만년 이상 같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종간교배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증거는 현대 인류의 게놈 속에 남아 있다. 현재 비아프리카 인류의 게놈의 약 2%는 네안데르탈인의 것이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의 조상 간의 종간교배는 한 시기가 아닌 여러 시기에 걸쳐 이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종간교배가 역사적으로 한 차례였을 것이라는 이전의 가설과는 다른 것이다.
미 필라델피아 템플대 연구진의 분석 결과, 동아시아인과 유럽인에게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비율은 2~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교류가 한 차례였다면 이 정도의 높은 비율이 나오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특히 현대 동아시안의 네안데르탈인 게놈은 유럽인보다 12~2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생 인류 게놈 데이터에서 동아시아인과 유럽인 조상 사이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DNA 패턴의 비대칭 현상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여러 차례의 종간교배 시뮬레이션을 통해 네안데르탈인 DNA가 현생 인류 게놈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분석했다. 여기에 머신러닝을 이용해 여러 매개변수를 바꿔가며 이 복잡한 모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대 인류의 게놈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DNA 패턴은 종간교배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고 가정해야 설명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진화> 최근호에 발표됐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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