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달 7일 아침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교차로 인근에서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실시간 대기오염 공개 누리집(airkorea.or.kr)에는 미세먼지(PM10·PM2.5)에 대해 “머리카락의 20분의 1보다 작은 입자로,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고 설명돼 있다. 하지만 공기 중에는 이들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은 1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입자가 존재한다. 이른바 ‘나노미세먼지’(UFP·울트라파인 파티클)로, 미세먼지보다 독성이 강하고 호흡기 이외의 몸속 기관으로도 침투해 건강에 더 위험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꽃이나 허브에서 생성되는 휘발성물질이나 거대조류에서 방출하는 물질들에 의해 생성되기도 하지만 주로 차량연료가 연소할 때 배출된다. 영국 서리대 연구팀이 2014년 학술지 <국제환경>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유럽에서 배출되는 전체 입자 개수에서 나노미세먼지가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가 차량 배출에 기인한다. 연구팀이 세계 주요 국가의 도심지역에서 관측한 나노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해 보니 중국과 인도의 도로 부근 농도가 남·북미대륙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의 평균 농도보다 각각 3배, 10배 높았다. 유럽도시 평균농도와 아시아도시 농도는 4배 차이가 난다.
서리대팀의 연구 대상에 한국 도시들은 빠져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김재진 교수 연구팀이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서울과 인천의 도로 부근 평균농도를 비교해보니 중국과 인도 농도의 64%와 17% 수준이었다. 다른 대륙 농도보다는 1.8배 높았다. 부경대 연구팀이 차량 종류별 나노미세먼지 배출계수(오염원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수량의 평균값)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경유 차량이 휘발유차에 비해 10배 정도 크고, 휘발유와 천연가스(CNG) 차량은 액화석유가스(LPG) 차량보다 10배가 크다. 엔진 크기별로도 차이가 커서, 대형 경유차는 소형 경유차에 비해 10배 가량 많은 나노미세먼지를 배출했다. 연구팀은 “디젤먼지필터(DPF)는 경유차량의 배출계수를 9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돼, 디피에프 의무 장착률이 100% 달성되면 경유차량의 배출계수가 휘발유차량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생물연료 연소 때는 화석연료 때보다 나노미세먼지의 배출이 많게는 2배까지 증가하고 크기도 0.62~0.84배 작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차량 이외에도 나노미세먼지는 타이어 마모와 브레이크 오일, 항공기와 선박 등에서도 나온다. 또 농업 폐기물 소각이나 요리활동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특히 비행기와 선박의 경우 경유화물차보다 1.5배 이상 많은 나노미세먼지를 공항과 항구 주변에 배출한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연구소가 2013년 유럽 28개 국가의 나노미세먼지 배출계수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차량 등 도로이동을 통한 배출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선박·항공기 등 비도로 이동오염원이 19%, 나머지 연소 등에 의한 오염원이 13%를 차지했다.
설치미술가 최병수씨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나노미세먼지는 교차로 인근에서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부경대 연구팀이 나노미세먼지가 차량에서 배출된 가스에서 입자로 형성돼 대기 중에 확산되는 과정을 분석해보니 낮에는 도로에서 300~500m, 밤에는 2㎞를 지나야 농도가 주변공기와 같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속도가 증가하면 엔진의 부하와 연료 소비량이 늘고 배기 온도가 높아져 나노미세먼지 방출량이 증가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연구팀은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나노미세먼지 분포를 조사해, 차량 방출이 많은 도로 인근의 나노미세먼지 농도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고 2014년 학술지 <대기 화학 물리>에 보고했다. 영국 서리대 연구팀도 차량이 멈췄다 가속하는 행위가 반복돼 차량 배출 나노미세먼지가 급증하는 교차로에서부터 79~129m 거리를 차량배출 오염물질 핫스폿으로 규정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교차로 핫스폿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 중 2%에 불과하지만 전체 나노미세먼지 흡입량의 2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유시엘에이 연구팀은 환경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에 올해 발표한 논문에서는 교차로 전후 90m 구간을 5m 간격으로 나눠 나노미세먼지 농도를 평가한 결과 교차로 전후 30m에서 최고 농도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버스정류장을 교차로에서 40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시키면 교차로 부근에 정류장이 있을 때보다 나노미세먼지 흡입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노미세먼지는 여름철보다는 겨울철에 농도가 증가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일출시간이 늦어지면서 여름철에 비해 대기가 더 안정적이고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출근시간이 겹쳐 차량 배출량은 늘어나는 반면 확산 효율은 낮아져 나노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또 미세먼지와 달리 비가 온 뒤 나노미세먼지는 더 증가할 수 있는데 큰 입자상 물질들이 비에 씻겨나간 뒤 유기물질들이 큰 입자들에 응결되지 못하고 핵을 형성해 새로운 입자상 물질의 생성(NPF)이 이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노미세먼지 입자 수 농도가 어느 범위라야 건강에 안전한지, 나노미세먼지가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생물독성학적 원리는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는 진행중이지만 나노미세먼지가 인체의 가장 깊은 영역인 폐포까지 쉽게 침전되고 호흡기 외의 기관에도 침전되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로체스터의대 연구팀이 학술지 <환경보건전망>에 보고한 논문을 보면, 2.5㎛(마이크로미터·1㎛은 100만분의 1m 또는 1000㎚)보다 큰 입자(PM10, PM2.5 등)는 코와 부비동 등 상부 호흡기와 충돌하거나 중력으로 점막에 가라앉아 제거되고 1㎚ 정도의 작은 입자도 확산이 활발해 마찬가지로 상부 호흡기에 잘 침적되는 데 비해 이 사이의 입자들은 좀더 몸속 깊이 침투한다. 여기서도 10㎚ 이하의 입자는 확산이 활발해 기관지에 잘 달라붙어 걸러지는 반면 10~100㎚의 입자들은 깊은 폐포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크기의 입자들은 크기가 작아 대식세포에 의해 잘 제거되지도 않고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을 통해 호흡기와 폐 이외의 기관에 침적될 수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나노미세먼지의 단위 질량 대비 독성이 큰 입자들에 비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된 나노미세먼지는 더 큰 입자들에 비해 수 농도와 표면적 넓이에서 10배가 크고 산화제 기체, 유기화합물, 전이금속 같은 독성 오염물질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