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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50년전 오늘…‘떠오르는 지구’를 보다

등록 2018-12-24 03:59수정 2018-12-24 10:26

달 탐사 길을 개척한 아폴로 8호
1968년 12월24일 첫 달궤도 진입
세계관을 바꾼 ‘지구돋이’ 촬영
우주서 온 최고 크리스마스 선물
1968년 12월21일 아침 미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아폴로 8호. 위키미디어 코먼스
1968년 12월21일 아침 미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아폴로 8호.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주탐사에서 ‘최초’ 기록 여럿 남겨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달 탐사선 아폴로 8호는 최초의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의 업적에 가려져 있으나, 사실 우주 탐험사에서 매우 중요한 여러가지 새 역사를 쓴 개척자다.

우선 인류의 우주탐사 역사에서 다른 천체를 탐사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인 1968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폴로 8호가 처음으로 달 궤도에 진입한 날이었다. 아폴로 8호는 이후 10번에 걸쳐 달 궤도를 돈 뒤 지구로 돌아왔다.

아폴로 8호는 이것 말고도 최초 타이틀이 여럿 있다. 달 탐사를 위해 개발한 초대형 로켓 새턴5로 발사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자, 지구 전체를 한 눈에 담은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다. 아폴로 8호 승무원들은 달 뒷면을 직접 목격한 최초의 인간이자, 지구에서 최대 2만4000km 지점까지 뻗어 있는 밴앨런복사대를 통과한 최초의 인간이다.

아폴로 8호가 발사 몇시간 후 조종사 윌리엄 앤더스가 촬영한 지구. 한 장에 지구 전체를 담은 최초의 사진이다.
아폴로 8호가 발사 몇시간 후 조종사 윌리엄 앤더스가 촬영한 지구. 한 장에 지구 전체를 담은 최초의 사진이다.

미-소 우주경쟁이 부른 과감한 도전

아폴로 8호의 애초 임무는 지구 저궤도에서 달 착륙선과 사령선을 시험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험비행 일정이 늦어지다 아예 달 궤도를 비행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여기엔 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는 미국의 강박감이 한몫했다. 그러나 아폴로 8호에 주어진 준비기간은 불과 16주였다. 위험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승무원들조차도 성공률이 반반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소련 역시 미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조바심에 아폴로 8호 발사 12일 전인 12월9일 2인승 달 왕복선을 발사할 계획이었다. 소련은 그러나 1967년 소유스 1호의 추락 사망 사고 등의 여파로 최종 단계에서 발사를 포기했고, 미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감행했다.

아폴로 8호 승무원들. 왼쪽부터 조종사 제임스 러벨과 윌리엄 앤더스, 사령관 프랭크 보먼이다.
아폴로 8호 승무원들. 왼쪽부터 조종사 제임스 러벨과 윌리엄 앤더스, 사령관 프랭크 보먼이다.

20시간 동안 10차례 달 궤도 선회

1968년 12월21일 오전 7시51분(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폴로 8호는 사흘 후인 24일 달 표면 115km 상공에 도착했다. 선장 프랭크 보먼과 조종사 제임스 러벨, 윌리엄 앤더스로 이뤄진 아폴로 8호 팀은 이후 20시간 동안 달 궤도를 10차례 선회하면서 아폴로 11호가 착륙할 지점 등을 자세히 정찰했다.

아폴로 8호가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찍은 지구 사진. 지구가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고 있는 순간이다.
아폴로 8호가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찍은 지구 사진. 지구가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고 있는 순간이다.

달에서 본 `지구돋이'...세상을 바꾼 사진 1호

이들은 아폴로 8호가 달을 네번째 돌 때, 저 멀리 달 지평선 위로 푸른 빛의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카메라를 집어든 앤더스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았다. ‘지구돋이’(the Earthrise)로 불리는 이 사진은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우주 사진으로 꼽힌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지구 모습은 사람들에게 지구의 아름다움과 함께 지구가 우주의 일원임을 깨닫게 해주고, 1970년 환경운동가들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지구의 날'을 제정하는 데 큰 영감을 줬다. 또 미국의 유명 잡지 <라이프>는 `세상을 바꾼 100대 사진'을 선정하면서 이 사진을 맨 앞에 놓았다.

1968년 12월24일 아폴로 8호 승무원들이 달 위에서 인류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메시지.

달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메시지 "태초에 하나님이…"

우주비행사들은 달 궤도를 9번째 돌 때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하는 텔레비전 방송을 했다. 방송에서 이들은 지구의 인류를 향해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했다. 그 중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으니…”로 시작되는 성경의 창세기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10억명 이상이 이 역사적 방송을 지켜봤다고 한다. 이 방송은 곧바로 그해 미국 최고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주어지는 에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 무신론 운동가는 이 방송을 보고, 국가공무원인 우주비행사가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아폴로 8호에서 본 달.
아폴로 8호에서 본 달.

"맘만 먹으면 힘든 일도 해낼 수 있어"

아폴로 8호는 방송 다음날인 12월25일 지구로 방향을 돌려 27일 북태평양 해상으로 귀환했다. 아폴로 8호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7개월 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성공함으로써, 1970년이 오기 전에 달에 인간이 발을 내딛게 될 것이라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약속을 지켰다.

당시 아폴로 8호 관제센터의 일원이었던 제리 보스틱은 인터넷언론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때로 어려운 목표 달성을 위해 과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 아폴로 8호가 남긴 진짜 유산은, 마음만 먹는다면 아주 힘든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태평양 바다로 귀환한 아폴로 8호.
북태평양 바다로 귀환한 아폴로 8호.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내 케네디우주센터 안에 있는 달 탐사 체험관에선 방문객들에게 아폴로 11호가 아닌 아폴로 8호 발사 순간의 영상을 보여준다. 그만큼 미국의 우주탐험사에서 아폴로 8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아폴로 8호가 정성스레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은 격이라고나 할까? 미국의 과학미디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난해 출간된 타임지 과학 에디터인 제프리 클루거의 <아폴로 8호 : 짜릿한 첫 달탐사 이야기> 서평에서 아폴로 8호의 도전을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 헬기를 타고 USS요크타운 항공모함에 내리고 있는 아폴로 8호 승무원들. 나사 제공
미 해군 헬기를 타고 USS요크타운 항공모함에 내리고 있는 아폴로 8호 승무원들. 나사 제공

“당신들이 1968년을 구했습니다”

1968년은 베트남전,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음울하게 보낸 한 해였다. 동유럽에서는 소련의 억압에 항의하는 체코인들의 `프라하의 봄'이 무참하게 짓밟혔고, 같은 시기 서유럽에서는 대학생들의 베트남전 반대시위로 시작된 반전운동이 파리를 중심으로 크게 번져가면서 곳곳에서 경찰과의 충돌사태가 빚어졌다. 미국 역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잇단 암살, 전국적인 베트남전 반대시위,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점철된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한 해 내내 이어진 절망의 소식 끝에서 날아온 아폴로 8호의 달 여행 성공 소식은 미국인뿐 아니라 전세계인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준 대사건이었다.

아폴로 8호의 사령관 보먼은 훗날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착륙한 뒤 수많은 전보를 받았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폴로 8호 승무원 여러분 축하합니다. 당신들이 1968년을 구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폴로 8호 승무원 3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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