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초강력에너지 우주입자의 ‘고향 찾기’ 가설 제시

등록 2019-01-03 04:00수정 2019-01-03 10:20

UNIST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초고에너지 우주선 ‘가속기’ 탐색
처녀자리은하단서 생성된 방랑 입자
은하 고속도로 타고 지구 도달 가설
“21세기 천문물리학 난제 풀 열쇠”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검출하기 위해 미국 유타사막에 설치된 텔레스코프 어레이 실험 장치. 울산과기원 제공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검출하기 위해 미국 유타사막에 설치된 텔레스코프 어레이 실험 장치. 울산과기원 제공
국내 연구팀이 21세기 천문·물리학계의 난제 가운데 하나인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을 풀 단서를 제시했다.

울산과기원(UNIST) 자연과학부 류동수 교수 등 국내 공동연구팀은 3일 “극한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인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은하단 안 천체에서 생성돼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떠돌다 지구에 도달했다는 가설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우주선(코스믹 레이)은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가운데 에너지가 큰 것을 이르는데, 이 가운데 매우 큰 에너지를 지닌 입자를 ‘초고에너지 우주선’(울트라-하이 에너지 우주선)이라 한다. 보통 10의 18제곱에서 21제곱 전자볼트(eV)에 이르는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으로, 비유하면 먼지보다 훨씬 작은 양성자 입자 하나가 초속 100m(시속 360㎞)의 야구공이 가진 운동에너지와 맞먹는 셈이다. 지상에서 가장 큰 유럽입자물리연구소(세른)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만들어내는 빔 에너지보다 백만~천만배 높은 에너지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 은하단 안 천체에서 생성돼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전파하다가(빨간색 곡선) 우리 은하로 오는 모습(파란색 직선)을 보여주는 모식도. 울산과기원 제공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 은하단 안 천체에서 생성돼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전파하다가(빨간색 곡선) 우리 은하로 오는 모습(파란색 직선)을 보여주는 모식도. 울산과기원 제공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만들어지는 경로에 대해서는 두가지 가설이 있다. 첫번째 입자물리 모델에 따른 가설은 빅뱅 이후 우주가 갑자기 팽창했던 인플레이션 시기에 만들어진 결함이나 우주거대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 입자가 붕괴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두번째 천체물리 모델에서 제안한 가설은 천체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만들어내는 ‘우주의 초거대 가속기’를 찾기 위해 2개의 실험을 진행중이다. 유럽·미국·남미가 주도하는 ‘피에르 오제’ 실험은 아르헨티나 초원에서 대규모 망원경을 설치해 탐색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미국·한국·러시아 등은 미국 유타주에서 ‘텔레스코프 어레이’ 실험을 하고 있다.

울산과기원과 부산대, 한국천문연구원, 충남대 등 공동연구팀은 텔레스코프 어레이 실험 그룹이 2008년 5월부터 2013년 5월까지 5년 동안 검출한 72개의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이들 우주선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큰곰자리의 북두칠성 근처에서 검출된 데 주목했다. 북두칠성 부근에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근원이 될 후보 천체가 없다. 연구팀은 북두칠성 부근 영역에서 처녀자리 은하단과 필라멘트 형태로 연결된 은하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근거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 은하단 안 천체에서 생성돼 은하단에 연결된 일종의 ‘우주 고속도로’인 필라멘트를 따라 떠돌아 다니다 지구로 왔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안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한 그림. 하얀색 점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으로, 생성 뒤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퉁겨져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한 그림. 하얀색 점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으로, 생성 뒤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퉁겨져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처녀자리은하단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단으로 약 5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지름이 1000만 광년으로 2500개 이상의 은하를 포함하고 있다. 우주에서 은하는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고 수십~수백개의 은하군이나 수천개 이상의 은하단으로 구성돼 있다. 은하단과 은하단 사이에는 은하들이 가늘고 길게 나열돼 있는데, 이런 공간적 분포를 가리켜 ‘필라멘트’라 한다.

연구팀은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처녀자리 A 전파은하’처럼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는 활동성은하핵이 포함돼 있다. 이런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류동수 교수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우주 공간 이동에 관한 첫번째 연구 결과로, 21세기 천문학과 물리학계의 난제로 꼽히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스페이스엑스 맞서는 베이조스의 야심작 ‘뉴글렌’…이륙 준비 끝 1.

스페이스엑스 맞서는 베이조스의 야심작 ‘뉴글렌’…이륙 준비 끝

2025년 생활 바꿀 혁신 기술 10가지…소 트림 감소제도 있다 2.

2025년 생활 바꿀 혁신 기술 10가지…소 트림 감소제도 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같은 날 신형 로켓 발사 ‘자존심 대결’ 3.

머스크와 베이조스, 같은 날 신형 로켓 발사 ‘자존심 대결’

알파세대 이어 올해부터 베타세대의 탄생…그들은 누구일까? 4.

알파세대 이어 올해부터 베타세대의 탄생…그들은 누구일까?

‘기적의 비만 치료제’는 시작일 뿐…올해의 과학기술 5가지 5.

‘기적의 비만 치료제’는 시작일 뿐…올해의 과학기술 5가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