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에 침투해 배아의 미토콘드리아까지 파괴하는 것이 관찰됐다. 사진은 나노플라스틱에 오염된 제브라피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몸속에 침투해 배아의 미토콘드리아까지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선임연구원과 질환표적구조연구센터 이정수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10일 “나모플라스틱의 체내 흡수와 복합 독성 영향을 실험동물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검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나노분야 학술지 <나노스케일>에 실렸다.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작을수록 제브라피시 배아에 더 많이 축적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환경 오염 특히 해양 오염의 주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크기로 더 쪼개지거나 분리된 것을 초미세플라스틱 또는 나노플라스틱이라 한다. 맨눈은 물론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어려운 나노플라스틱은 환경과 생물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물 몸체에 흡수되고 어느 부위에 쌓이는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이 물고기 실험동물인 제브라피시 배아에서 난막을 통과해 체내에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5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은 알에서는 100~200㎚ 크기의 플라스틱보다 덜 쌓였지만, 배아 단계에서는 오히려 더 많이 쌓이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또 형광 분석을 통해 나노플라스틱이 배아 기관 가운데서도 배아의 영양을 공급하는 난황(노른자)에 대부분 축적되고, 신경이나 각종 기관에도 일부 침투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물고기 배아의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정상 배아세포와 비교한 전자현미경 사진. 정상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왼쪽)는 본래의 모양을 잘 유지하는 반면 나노플라스틱을 처리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모양이 일부 망가져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나노플라스틱이 축적된 제브라피시 배아는 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되지 않은 제브라피시 배아와 겉보기로는 다를 바 없었지만 전자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해보니 미토콘드리아가 미세하게 손상된 것이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소기관의 하나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해 세포 발전소라 불리는데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나노플라스틱이 다른 약한 독성이 잇는 물질과 결합할 경우 복합 작용이 일어나 급성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금 이온과 함께 나노플라스틱을 처리해 배아의 미토콘드리아가 깨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이 몸 속에 분포하면서 세포 안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주고 다른 물질에 의한 독성을 증폭시키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