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 착륙선 창어4호의 배양용기 안에서 싹을 틔운 목화씨. 충칭대 제공
달에서 목화씨가 싹을 티웠다.
지난 3일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의 탐사선 창어 4호가 시작한 동식물 생육 100일 실험의 첫 성과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달 마이크로 생태계 실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충칭대 연구진은 15일 창어 4호에 실어 보낸 6종의 실험 생물 가운데 가운데 목화씨가 처음으로 싹을 틔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꽃을 피우거나 상추를 재배한 적은 있지만 다른 행성에서 생육 실험을 해 결실을 맺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창어4호에 탑재된 생육 실험용기. 충칭대 제공
생산-소비-분해 순환하는 마이크로 생태계 실험
셰경신 충칭대 우주탐사센터 부소장은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중력이 낮고 방사선이 강하고 온도차가 극심한 우주 환경에서 동식물이 어떻게 생육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며 "목화씨가 착륙 4일만인 7일 처음으로 싹을 틔웠다"고 말했다. 달 표면의 중력은 지구의 16%에 불과하며, 낮에는 영상 100도를 넘고 밤에는 영하 100도에 이를 정도로 낮밤의 기온 차가 크다.
연구진은 실험장치 안의 온도를 1~30도로 유지하면서 발아한 목화씨가 용기 내부에서 공급되는 물과 영양소,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이용해 얼마나 잘 자라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창어4호에서 실험하는 마이크로 생태계 순환도. 충칭대 제공
높이 18㎝, 지름 16㎝, 무게 23kg의 작은 원통형 알루미늄합금 배양 용기 안에는 목화씨 외에도 감자와 유채, 애기장대, 효모, 초파리알이 들어 있다. 식물들은 초파리에 산소를 공급하고, 초파리와 효모는 식물에 이산화탄소와 거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 효모는 식물과 초파리의 분비물을 분해하면서 자라고, 나중엔 초파리의 먹이 역할까지 겸한다. 작은 용기 안에서 생산과 소비, 분해 과정이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며 순환하는 `마이크로 생태계'를 조성한 셈이다. 감자는 우주에서 식량으로, 유채는 기름으로, 목화는 옷감으로 쓸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택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