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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30년 학설 틀 깨는 새 맨틀 발견

등록 2019-01-29 01:00수정 2019-01-29 10:16

극지연구소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질란디아-남극 맨틀’ 찾아내
태평양형-인도양형 맨틀 사이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상승중 확인
표준 맨틀순환 모델 수정 불가피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환남극 중앙해령(붉은 선)과 아라온호 탐사지역인 호주-남극 중앙해령. 하얀선 네모상자가 아라온호 탐사지역이다.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환남극 중앙해령(붉은 선)과 아라온호 탐사지역인 호주-남극 중앙해령. 하얀선 네모상자가 아라온호 탐사지역이다.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 연구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남극권에 새로운 맨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난 30여년 동안 학계에서 통용되던 표준 맨틀순환 모델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극지연구소는 28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남극해에 위치한 ‘호주-남극 중앙해령’을 탐사·연구한 결과 남극권에 ‘질란디아-남극 맨틀’이라고 이름붙인 새로운 성격의 맨틀이 남극-뉴질랜드-호주 동쪽 영역 아래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극지연구소가 충남대, 미국 하버드대, 와이오밍대, 우즈홀해양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박숭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제1저자로 작성한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 2월호에 실린다.

곤드와나 대륙의 균열과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형성 모델. 극지연구소 제공
곤드와나 대륙의 균열과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형성 모델. 극지연구소 제공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호주-남극 중앙해령을 세계 최초로 탐사해 이 지역의 지형과 생태계, 열수 분포, 맨틀의 특성 등을 밝혀내왔다. 중앙해령은 야구공의 매듭 부위처럼 지구를 감싸고 있는 바다 밑 산맥으로, 상부 맨틀에서 녹아 올라온 현무암이 분출해 해양 지각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지구과학계에서는 태평양형 맨틀과 인도양형 맨틀이 호주-남극 부정합 아래에서 만나 태평양형 맨틀이 인도양형 맨틀을 향해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30여년 동안 통용되던 학설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이 지역에 대한 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태평양형 맨틀과 인도양형 맨틀 사이에 두 맨틀과는 기원이 다른 ‘질란디아-남극 맨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인도양형 맨틀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맨틀은 태평양형 맨틀이 아니라 ‘질란디아-남극 맨틀’인 것도 확인됐다. 최대 수십 킬로미터의 지각 아래 있는 맨틀은 직접 채취하기 어려워, 맨틀이 상승해 새로운 지각을 만드는 중앙해령에서 암석이나 가스를 채취해 분석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분석한다. 연구팀이 남극 지역 중앙해령 암석의 납(Pb)과 스트론튬(Sr) 등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질란디아-남극 맨틀과 태평양형 맨틀, 인도양형 맨틀의 동위원소 분포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질란디아-남극 맨틀(빨간색)과 태평양형(파란색), 인도양형(노란색) 등 주변 맨틀의 동위원소 비교 분석 결과. 극지연구소 제공
질란디아-남극 맨틀(빨간색)과 태평양형(파란색), 인도양형(노란색) 등 주변 맨틀의 동위원소 비교 분석 결과. 극지연구소 제공
질란디아-남극 맨틀은 원래 곤드와나라는 이름의 거대한 하나의 대륙을 호주, 뉴질랜드, 남극으로 쪼개고 분리시킨 하부 맨틀의 상승 작용(맨틀 플룸)에서 기원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맨틀은 지구 맨 꼭대기의 지각과 중심 핵 사이에 존재하는 부분으로 지구 체적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약 1%에 불과한 지각은 맨틀이 부분적으로 용융해 상승한 뒤 굳어져 생긴 것이다. 핵이 철과 니켈로 구성된 반면 지각과 맨틀은 규산염으로 구성돼 성분이 다르다. 맨틀은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를 맨틀 대류라 하며, 이 가운데 상승 현상을 맨틀 플룸이라 한다.

연구팀은 약 9천만년 전 하부 맨틀에서 맨틀 플룸이 일어나 곤드와나대륙에 이르러 대륙의 균열을 일으킨 뒤 남극대륙 아래에서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표 가까이 상승한 맨틀은 북쪽 뉴질랜드를 향해 흘러 호주-남극 중앙해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논문에 밝혔다.

기존 학계에서 통용돼온 표준적인 맨틀순환 모델. 이 모델에는 남극권에서 맨틀이 하강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극지연구소 연구 결과 남극권에서도 동태평양과 아프리카 못지 않게 대규모의 맨틀 상승이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돼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극지연구소 제공
기존 학계에서 통용돼온 표준적인 맨틀순환 모델. 이 모델에는 남극권에서 맨틀이 하강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극지연구소 연구 결과 남극권에서도 동태평양과 아프리카 못지 않게 대규모의 맨틀 상승이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돼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극지연구소 제공
미국 듀크대의 에밀리 클라인 지구과학 교수는 1988년 콜롬비아대 시절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도양형 맨틀과 태평양형 맨틀이 호주-남극 부정합에서 만나 하강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져왔다. 하지만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새로운 성격의 ‘질란디아-남극 맨틀’을 발견하고 남극권에서도 맨틀이 하부에서 지속적이고도 대규모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에 따라 30여년 동안 학계에서 통용되던 ‘표준 맨틀순환 모델’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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