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강, 호수 등에서 검출되던 미세플라스틱이 지하수층도 오염시켰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등 공동연구팀은 “세계 식수공급의 25%를 감당하고 있는 지하수원인 석회암 파쇄대 대수층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처음 발견했다. 일리노이주의 두 대수층계에서 여러 의약용과 가정용 오염물질과 함께 미세플라스틱 섬유를 분리해냈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은 미국지하수협회(NGWA)가 1963년부터 발행해온 학술지 <지하수>에 게재됐다.
논문 공저자인 일리노이주지속가능기술센터의 존 스콧 연구원은 “환경에 배출된 플라스틱은 미세한 입자로 쪼개져 수생물의 내장이나 아가미에 축적돼 동물들이 플라스틱의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플라스틱이 쪼개져 오염물질과 세균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작용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식량으로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수는 석회암의 갈라진 틈이나 공극을 따라 흐른다. 종종 도로나 매립지, 농지로부터 하수나 빗물을 대수층으로 나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우물과 샘물 등에서 17개의 지하수 샘플을 채취했다. 11개는 세인트루이스 도심지역 의 석회암 파쇄대 대수층에서 채취하고, 나머지 6개는 북서 일리노이 시외지역에서 비교적 작은 파쇄대를 가진 대수층에서 채취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지속가능기술센터의 존 스콧 연구원이 지하수계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조사하고 있다. 일리노이대 제공
17개 샘플 가운데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평균 농도는 1리터당 6.4개로, 가장 농도가 높은 곳에서는 1리터당 15.2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전체 미세플라스틱의 65%는 파란색, 15%는 빨간색, 13%는 회색이었다. 20개 샘플 중 4개는 폴레에틸렌으로 2개는 세일럼 고원에서 검출됐다. 그러나 이 농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것은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스콧은 말했다. 지하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위해성 평가 연구나 규정이 발표된 것은 없다.
연구 책임자인 일리노이주지질조사소의 새무얼 V. 파노 연구원은 “이들 지역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시카고 지역 강과 하천에서 발견된 표층수 농도와 비교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른 연구팀의 미시간호 조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리터당 2.9~89.6개가 검출됐다. 2016년 또다른 연구팀의 시카고 강 조사에서는 일리노이주 지하수층에서 검출된 것과 똑같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이 나왔다.
공저자인 시카고 로욜라대의 팀 횔레인 교수(생물학)는 “이 분야 연구는 아주 초기 단계이다. 그래서 주정부의 권고 수치나 고농도와 저농도 범위를 정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없다. 연구팀의 질문은 왜 미세플라스틱이 이렇게 많고 어디서 왔느냐는 아주 기초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여러 가정용 및 개인 건강용 오염물질을 발견해, 이 합성섬유가 가정용 정화 시스템에서 유입됐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스콧은 “얼마나 많은 폴리에스테르섬유가 세탁과정에 정화시스템으로 흘러들어오는지 상상해보라. 그리고 그것들이 특히 지표수와 지하수가 상호작용하는 이런 유형의 대수층에서 지하수 공급으로 누설될 가능성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이 주제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지표수와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해가 갈수록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콧은 “오늘 당장 담배나 마약처럼 플라스틱을 끊는다 하더라도 플라스틱이 절대 사라지지 않기에 오랜 기간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1940년대 이래 63억톤에 이르는데 79%만이 매립되고 나머지는 자연환경에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일회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영원히 지속되도록 설계된 이상한 물건이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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