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인근 해안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뱃속에서는 새끼고래와 함께 22㎏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제공
지난 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휴양지 사르데냐섬 인근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향유고래 뱃속에는 새끼고래와 함께 플라스틱 22㎏이 들어 있었다. 2015년 전 세계 43명의 연구자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공동연구 논문에서 연간 플라스틱 폐기량이 2억7천만t에 이르러 연간 생산량(2억8천만t)과 맞먹는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192개국의 육상에서 해양으로 흘러들어 가는 플라스틱만도 800만t에 이른다. 이 양은 참치 포획량 650만t보다도 많다. 향유고래의 비극은 예정돼 있던 셈이다.
플라스틱 폐기량보다 심각한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의 증가이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서 5㎜에 이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이른다. 2004년 영국 플리머스대 리처드 톰슨 교수가 ‘사이언스’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보통 합성수지 제품은 화학회사들이 제조한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팰릿)를 녹여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관련 연구계가 미세플라스틱을 규정할 때 1㎜가 아니라 5㎜를 상한으로 정했다. 여기에 풍화로 인해 발생한 2차 산물도 미세플라스틱에 들어간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소장은 지난 2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미세플라스틱 연구동향 콘퍼런스’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고래뿐만 아니라 플랑크톤에서까지 발견돼 인체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질은 작을수록 독성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는 데다 일단 개방 환경에 노출되면 제거하기가 불가능해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소장 연구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낙동강을 통해 남해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양은 연간 53t으로, 조각 수가 무려 1조2천억개에 이른다. 연구팀은 또 플라스틱을 자외선에 1년 동안 노출했더니 1개 팰릿에서 1만2천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생기고, 절반이 50㎛ 이하인 것을 발견했다. 태양광에 노출했을 때도 1년이 안돼 25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나노플라스틱)이 생겼다.
경남 통영 바다쓰레기(미세플라스틱) 문제 연구 및 대책 단체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21일 통영시 광도면 덕포리 해안에서 바다 쓰레기를 수거한 뒤 함께 자세를 잡고 있다. 통영/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2010년 미세플라스틱을 ‘지구적 해양환경 이슈’로 선정하는 등 최근 들어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학술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에 등록된 미세플라스틱 관련 논문은 1265편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2015년 ‘마이크로비즈(미세플라스틱 조각) 청정 해역 법안’을 제정하고 한국도 2017년 7월부터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등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나노플라스틱의 경우는 다르다. 정진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환경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나노플라스틱의 생물체 몸속 흡수나 분포,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스코퍼스에 등록된 나노플라스틱 관련 논문도 97편뿐이다. 정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대표적 실험동물인 제브라피시의 배아에 나노플라스틱이 쌓이는 것을 관찰하고, 나노플라스틱이 금속과 상호작용할 경우 독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해 국제학술지에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요구르트용기 등에 쓰이는 폴리스타이렌(PS)의 50·200·500㎚ 세 가지 입자로 만든 용액에 24시간 동안 분화한 제브라피시 배아를 넣은 뒤 하루 동안 놓아두었다. 제브라 피시 배아는 48시간이면 장기가 발달한 상태에서 난막을 깨고 나오는데, 이 난막에는 660㎚의 구멍이 있다. 연구팀이 관찰해보니 50㎚ 입자가 들어 있는 용액에서 나온 배아는 망막, 소뇌, 척수, 근육 등 거의 모든 기관에 나노플라스틱이 침착해 있었다. 또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 단독으로는 세포 수준에서 큰 손상을 입히지 않았지만 약한 독성이 있는 금속 이온과 함께 처리했을 때는 세포 안 미토콘드리아가 깨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 한 어판장에서 바다에서 건져낸 새우·물고기와 섞여 있는 비닐봉지를 선풍기 바람으로 날려 분리하고 있다. 강화/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일부에서는 나노플라스틱을 포함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심원준 소장 연구팀이 최근 20~300㎚ 크기의 나노플라스틱 독성 자료를 갖고 ‘예측무영향농도’(PNEC) 실험을 한 결과 해양의 5%에서 이 농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소장은 “현재의 플라스틱 생산량과 재활용 수준이 유지되면 2060년에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4배, 2100년이면 100배 늘어난다는 최근 논문을 적용할 경우 2060년에는 예측무영향농도를 초과하는 바다가 44%, 2100년에는 99%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세계 연구계는 근래 들어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4년 식물명나방 애벌레에서 음식포장재(PE)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으며, 일본에서는 2016년 스티로폼을 먹고 사는 장내 미생물을 발견했다. 류충범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 연구팀은 최근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분해가 어려운 폴리에틸렌(PE)을 분해한다는 것을 발견해 관련 효소를 찾는 후속연구를 하고 있다.
이승구 생명연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 단장은 “플라스틱과 유사한 구조인 섬유소(셀루로스) 및 리그닌으로 구성된 나무는 함께 진화한 셀룰라아제와 퍼억시다아제 등 효소들에 의해 분해돼 수억년 이상 쌓여 왔음에도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플라스틱을 분해할 효소의 자연적 진화를 기다리기에 시급하기에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한 초고속 효소분석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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