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블랙홀연구협력집단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각) 지구에서 5500만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은하단의 초대질량 블랙홀(Vir A*)을 관측해 영상을 공개했다. 블랙홀을 실제 사진으로 담아낸 것은 과학사상 처음이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어 검게 보이고(사진 가운데) 주변 지대(사건지평선)만이 밝게 빛나고 있다. EHT 연구팀 제공
과학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국제블랙홀연구협력집단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각)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처녀자리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Vir A*)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블랙홀은 우주 진화 단계 중 극단적으로 압축된 천체로 아주 작은 공간에 엄청난 질량을 포함하고 있다. Vir A*는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이른다. 애스터리스크(*)는 블랙홀로 추정된다는 표시이다.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을 가지고 있어 빛조차 탈출할 수 없으며 주변지대(사건지평선)를 지나가는 빛도 휘게 만든다. 이 왜곡된 빛을 통해 블랙홀의 윤곽 곧 ‘블랙홀 그림자’를 관측할 수 있다. 건반이 빠진 피아노로 연주하더라도 어떤 곡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사건지평선망원경 관측으로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7년 4월5~14일 촬영한 자료를 통해 블랙홀의 고리 형태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곧 블랙홀 그림자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Vir A*의 경계(사건지평선)은 약 400억㎞에 이르며, 블랙홀의 그림자는 이보다 2.5배 가량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 6편은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10일치 특별판에 게재됐다.
사건지평선망원경 연구팀에는 세계 1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8개 망원경으로 지구 규모의 가상망원경을 구축해 블랙홀을 관측하고 있다. 사건지평선망원경의 공간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거나, 1만3천㎞ 떨어진 거리에서 야구공의 꿰맨 바늘땀을 셀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소속 연구원 등 8명이 연구팀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의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 증명이다. 그동안 가상에 머물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다가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구 질량만 한 블랙홀의 지름이 탁구공의 절반보다 작을 정도로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포함하고 있어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물체의 질량으로 주변의 시공간이 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으며, 꼭 100년 전인 1919년 영국 천문학자 에딩턴은 개기일식 관측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