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제가 아내와 종종 다투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 문제의 원인을 찾는 장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것 가지고 싸우냐, 하시겠지만 말할 때는 나름 심각하지요. 둘 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대학생, 대학교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때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전 사회에서 찾고 아내는 가정에서 찾거든요. 예를 들면, 학생들이 서로 돕지 않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사회가 너무 경쟁적이어서 그렇다고 말하고, 아내는 어릴 때 너무 성적, 성적하면서 커서 그렇다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오랫동안 제 견해를 고집해오다가, 최근 생각을 바꿨어요. 꼭 한국 사회에서 가정이 엄청 문제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정에 부여된 지위를 생각해보니 사회가 문제라고 말하는 것도 결국 가정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른 것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겠지만 현대 사회가 가정에 부여한 역할이 있죠. 양육과 교육, 그것을 사회가 어느 정도 나눌 것이냐는 차이가 있지만,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가정이니까요. 보통,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이 물의를 빚었을 때 그의 가정환경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그 방증일 겁니다.
이런 가정을 바라보는 방식, 특히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진 고정관념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며 비판하는 견해가 있죠. 최근에는 이 주제로 책도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해서 화제도 되었죠. 김희경 현 여성가족부 차관이 쓴 ‘이상한 정상가족’입니다.[1] 책은 결혼을 통해 이뤄진 부모와 자녀의 4인 가족을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요. 여기에서 벗어난 가족 형태는 비정상이라 여겨집니다. 예를 들면 동거나 사실혼 관계는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여전히 사회 질서에서 배제되지요. 심지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4인 가족은 잘살고 있을까요? 소설과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공격한 것은 남성 일반이라기보다는 남편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적 사회질서와 여성에게 놓인 위계적 차별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 중 하나엔 4인 가족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고정관념이 포함되지요.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사회가 다른 가족 형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2014년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생활동반자법(또는 2017년 심상정 위원이 공약한 동반자등록법)은 아직 입법되지 않았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이란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로 규정해 동거인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 제779조를 보완하는 것으로, 함께 사는 사람을 동반자로 지정합니다. 같이 사는 사람이 꼭 이성일 필요는 없으니, 동성 동거인 또한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요.
이 법을 비난하는 측에선 “동거를 권장하는 결과를 낳으며, 그로 인하여 저출산 문제, 사생아의 양산과 같은 사회 문제가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2]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가 뭘 더 염려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혼의 법적 권리 보장을 통해 출산율 증가 정책을 폈던 프랑스 사례가 있음을 지적해야겠지요.[3] 하지만, 그 이전에 동거인이 겪는 문제를 생각해봅니다. 가장 큰 일로 지목하는 것이 병원에서 동거인의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문제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