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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떫은맛 감지하는 전자혀 개발

등록 2020-06-08 12:00수정 2020-06-08 13:43

유니스트 고현협 교수팀, 다공성 젤 이용
센서 성능, 전문가보다 10배 이상 민감
식품·술·과일 품질 검사에 활용 기대
유니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떫은맛 감지하는 전자혀. 유니스트 제공
유니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떫은맛 감지하는 전자혀. 유니스트 제공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혀를 개발했다. 떫은맛은 사실 혀의 미각기관인 미뢰(맛 감지세포 덩어리)가 느끼는 본래의 맛은 아니다. 미뢰가 느끼는 기본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5가지다. 떫은맛은 미각이 아닌 입속 점막 같은 피부조직이 자극을 받아 느끼는 피부감각이다. 매운맛도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떫은맛을 감지하는 전자 혀는 단맛 등을 감지하는 기존의 전자 혀와는 다른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 유니스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 교수팀은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전자 혀는 떫은맛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어 식품, 주류, 과일 등의 품질 검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혀와 전자 혀의 원리 비교.
인간 혀와 전자 혀의 원리 비교.

떫은맛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탄닌과 같은 ‘떫은맛 분자’가 혀 점막 단백질과 결합해 응집체를 만들어내고, 이 응집체가 점막을 자극(압력)하는 것이다. 와인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느낌이 바로 떫은맛이다. 고 교수팀은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는 ‘이온전도성 수화젤’을 이용했다. 소수성이란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이 고분자 젤은 혀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을 포함하고 있는 다공성 물질이다.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결합하면 미세 구멍 안에 ‘소수성 응집체'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염화리튬이온의 움직임을 활성화해 떫은맛을 전기적 신호로 검출하는 방식이다. 공동 제1저자인 최아영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소수성 응집체 때문에 수화젤 구멍 벽면이 친수성에서 소수성으로 바뀌는데, 이로 인해 이온 흐름이 활발해져 전류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전자 혀를 구강 모형에 부착한 모습.
전자 혀를 구강 모형에 부착한 모습.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 혀로 와인, 덜 익은 감, 홍차 등의 떫은 맛을 감지하는 실험을 한 결과 떫은맛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감별해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에 개발한 전자 혀는 접촉 즉시 맛을 감별해낼 뿐 아니라 검출할 수 있는 떫은맛 범위도 넓다"고 밝혔다. 제1저자인 염정희 연구원은 “훈련 받은 전문가의 경우 보통 수십마이크로몰(μM) 농도의 떫은맛을 감별할 수 있는 데 반해 전자 혀는 2~3 마이크로몰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를 이용해 소형화된 전자 혀를 개발했다”며 “제작이 간편하고 분석을 위한 복잡한 준비 과정이 없어 식품, 주류,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떫은맛 전자 혀를 개발한 유니스트 연구진. 맨 오른쪽이 고현협 교수. 유니스트 제공
떫은맛 전자 혀를 개발한 유니스트 연구진. 맨 오른쪽이 고현협 교수. 유니스트 제공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6월6일치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oft and ion-conducting hydrogel artificial tongue for astringency perception'.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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