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원자들이 분자로 결합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원자가 결합해 분자로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4일 “나노물질및화학반응연구단의 이효철 부연구단장(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내외 공동연구팀과 함께 포항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엑스(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이용해, 화학결합을 하는 분자내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관측해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24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토초 엑스선 회절법 실험 과정의 모식도. 레이저 펄스에 의해 수용액상의 금 삼합체의 화학결합 생성 반응이 시작되고 특정 시간이 지난 뒤에 엑스선 회절 이미지를 얻고 분석함으로써 분자의 삼차원 구조를 알아낸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들은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형성한다. 하지만 원자들은 몇 펨토초(1천조분의 1초) 동안 옹스트롬(100억분의 1m=0.1나노미터) 수준으로 아주 미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2005년에 분자 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을 관측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5년에는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관측해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다. 화학반응을 시작하기 전 반응물과 끝난 뒤 만들어진 생성물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구조를 유지해 관찰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반응과정에서 전이되는 상태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관찰이 훨씬 까다롭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화학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의 원자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금 원자 3개로 이뤄진 삼합체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금 원자들은 일직선으로 있는 두 개의 결합이 한꺼번에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결합이 먼저 35펨토초 만에 먼저 형성되고 360펨토초 뒤에 나머지 결합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 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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