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콧물을 검사해 치매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은 22일 “후각융합연구센터 문제일 센터장(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연구팀이 치매 환자의 콧물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아밀로이드-베타’ 덩어리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해 간단한 콧물시료 검사만으로 치매 환자 여부를 조기에 알아내는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천대, 경희대, 연세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
콧물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군 바이오마커가 일정 수준 이상 감지돼 조기에 전문병원을 찾아 뇌 영상 촬영 등의 정밀검사를 받고 조기에 전문가 관리를 받으면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
치매 조기 발견·치료가 최선
지난해 우리나라의 60살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환자 수는 7%가 넘는 82만명에 이른다. 이들 치매 환자의 70%는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60%는 치매 정도가 경미한 최경도 및 경도 환자들이다. 치매는 근원적으로 회복하는 치료법이 아직 없다. 지금으로써는 경미한 치매 상태를 조기에 발견해 증세 악화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출시된 치매 치료제도 적절한 시기에 투여해야만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뇌 영상 촬영은 너무 비싸고, 뇌척수액 시료채취 검사는 환자가 고통스러워 초기 진단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후각기능의 이상에 주목했다. 환자의 콧물을 받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핵심 ‘바이오마커’인 수용성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 검출에 성공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디엔에이(DNA), 아르엔에니(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또 치매 환자와 같은 연령대 정상 대조군을 비교해 환자들의 콧물에 아밀로이드-베타의 응집체 발현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일 교수(왼쪽)과 <사이언티픽 리포트> 논문 제1저자인 손고운 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
“연간 16조원 이르는 치매 관리비용도 절감”
연구팀은 3년 동안 코호트 연구를 통해 콧물 속에 더 높은 응집체 발현을 보인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3년 이내에 인지능력이 더욱 악화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것은 콧물에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 양이 많으면 향후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행이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문제일 교수는 “환자들이 치매 초기 관리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성과를 활용해 조기선별 키트를 개발하면 사회적 비용도 많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 관리비용으로 해마다 16조원이 들어가며, 2050년에는 현재의 약 4배의 치매 환자와 8배에 이르는 치매환자 관리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