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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3가지 비결

등록 2020-08-12 14:27수정 2020-08-12 14:33

확진자 발생률, 미국과 56배 차이…‘미국행정리뷰’ 분석 논문 게재
‘도보이동(워킹스루)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받고 있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도보이동(워킹스루)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받고 있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은 이동제한 조처 없이도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전국 확진자의 80% 이상이 대구·경북에서 집중 발생했을 때도 이 지역을 봉쇄하지 않았고, 4월15일 팬데믹 상황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렀음에도 확진자의 급증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과 한국은 똑같이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감염국으로 확진자가 530만명을 넘고, 사망자 수가 17만명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확진자 1만4천여명에 사망자 수는 300명 남짓이다. 발생률(100만명 당 확진자수)로 따져보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100만명당 1만6030명, 한국은 287명으로 56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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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현장 역학 조사

최근 미국의 학술지 `미국행정리뷰'(The American Review of Public Administration)에 한국의 방역 성공 비결을 분석하는 논문이 실렸다. 콜로라도대 덴버의 유정은 연구원(박사과정)이 작성한 이 논문은 올 1~4월의 한국 정부와 방역 당국, 시민들의 대응과 행동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성공한 비결을 3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광범위한 현장 역학 조사다. 여기에는 환자 면접 조사 말고도 의료 기록, 신용카드 기록, GPS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 자료가 동원됐다. 연세대 미래정부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4%가 공중보건을 위해 프라이버시 침해를 감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국의 누적 확진자 추이. 월드오미터
세계 주요국의 누적 확진자 추이. 월드오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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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중형 단일 민주주의 체제

둘째는 한국의 중앙집중형 단일 민주주의 정치 체제다. 한국의 경우 지방 정부의 독립성이 약해 중앙 정부가 결정한 정책 사항을 신속하게 각 지역 단위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병 대책의 경우, 그 기반을 만들어 준 건 2015년 발생한 또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메르스였다. 당시 메르스 확산 억제에 실패한 한국 정부는 전염병에 관한 법적, 행정적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넓혔다. 예컨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큰 폭으로 개정해 감염병 예방과 공중보건의 목적을 위해선 감시 및 추적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월5일 국회에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월5일 국회에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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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재정 관리로 제때 자금 투입

셋째는 탄탄한 공중보건 예산과 유연한 재정 관리 시스템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통해 필요한 때에 적절한 감염병 대응 자원을 동원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의 진단검사와 격리, 치료에 드는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특히 한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했다. 국회는 3월17일 11조7천억원 추경예산을 12일만에 통과시켰고, 3월에 통과된 보건복지부 추경예산 3조7천억원은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시설을 늘리고 의료기관과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한국의 성공 방식이 규범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통하리란 법은 없다. 유 연구원은 “다른 나라의 정책을 모방할 때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한 한국의 광범위한 감시 및 접촉 추적은 미국에는 적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대응 방식 중 채택할 수 있는 것은 진단검사 용량을 신속하게 늘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신속 승인 제도에 힘입어 1월 말까지 진단검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엔 2월12일까지도 자체 진단검사 기기에 대해 식품의약국의 승인이 나오지 않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설계한 진단검사 키트에는 결함이 있는 시약이 포함돼 있었다.

유 연구원은 끝으로 보건 행정당국은 모든 것을 그때그때 문서로 꼼꼼하게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과 분투에 관한 기록물, 정책 실행과 소통에 대한 일반 시민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집해 남겨놓으라는 것이다. 이는 향후 한 단계 더 나아간 정책을 세울 수 있는 정보 자료가 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행정리뷰’ 7월17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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