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생체현미경 시스템으로 촬영한 지방간. 노란색이 지방구, 파란색이 혈관이다. 카이스트 제공
지방간이라고 하면 대개 음주에 의한 알콜성 지방간을 떠올리지만, 요즘엔 과다한 영양섭취와 운동부족 등에 기인한 비알콜성 지방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간 질환이 없는 사람들의 최대 24%, 비만인의 최대 74%가 지방간을 갖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지방간은 보통 간에 있는 지방 조직의 무게가 5%를 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지방간 질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간 조직을 떼내 검사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연구진이 이번에 조직을 떼내지 않고도 고해상도로 지방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3차원 생체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김필한 교수 연구팀은 초고속 레이저 공초점 및 이광자 생체현미경을 사용해 개발한 이 시스템을 통해 살아 있는 실험동물 모델의 간 조직을 떼내지 않고 피부층만 벗겨낸 뒤 지방구는 물론 간세포내 주변 조직과의 관계까지 동시에 고해상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지방구(Lipid droplet, 지방방울)란 간세포의 세포질에 공 모양으로 축적되는 지방을 뜻한다.
지방간을 유도하는 특수사료(MCD)를 먹인 생쥐의 간의 변화. 지방구가 커지면서 간세포 핵(*)의 위치는 물론 간세포의 모양(점선)도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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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미터 크기 지방구까지 촬영 가능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현미경은 시속 380Km 이상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다각 거울을 이용해 간 조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크기가 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이하인 아주 작은 지방구까지 촬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지방구의 크기 증가가 간세포 핵의 위치를 바꾸고 결국 간세포 모양까지 변화시키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3차원 생체현미경을 이용하면 지방간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성분(세포, 혈관, 지질, 콜라겐 등)들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영상촬영이 가능해 지방간 외에도 다양한 간 질환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3차원 생체현미경 시스템. 카이스트 제공
이 생체현미경 시스템은 카이스트 교원창업기업 아이빔테크놀로지(IVIM Technology)를 통해 2019년 10월부터 시판되고 있다. 카이스트 나노과학기술대학원 문지은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광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디컬 옵틱스 익스프레스(Biomedical Optics Express)' 9월호에 `편집장이 선택한 논문'(Editor's pick)으로 실렸다. (논문명 : Intravital longitudinal imaging of hepatic lipid droplet accumulation in a murine model for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