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1일부터 9월초 사이에 발사돼 12월16일께 달 궤도에 진입할 계획인 우리나라 최초의 시험용 달 궤도선(KPLO).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2년, 후년 추석 즈음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험용 달 궤도선(KPLO)이 달을 향해 발사되는 ‘우주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30일 “2022년 시험용 달 궤도선이 달까지 가는 경로의 설계를 완료했다”며 “예정대로 2022년 12월16일에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서너달 앞선 8월1일부터 9월초 사이에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추석이 9월10일이어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이 우주로 쏘아올려지는 광경은 추석맞이 큰 행사가 될 전망이다. 물론 달 궤도선을 ‘옥토끼’ 보려 보내는 건 아니다. 달 궤도선에는 향후 달탐사 계획 2단계에 한국형발사체로 발사될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기 위한 고해상도카메라가 실려 있다. 또 달의 생성 원인을 연구하기 위해 달 주변 자기장 세기를 측정하는 자기장측정기 등 모두 6개의 탑재체가 실린다.
달 궤도선의 경로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선현의 말처럼 38만㎞ 떨어진 달을 가기 위해 150만㎞ 떨어진 지점을 돌아서 가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상률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지난해 9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으로부터 달 궤도 전이 방식(BLT)이라는 새로운 궤적을 제안받아 현재 설계를 마무리했다”며 “나사 쪽에서도 이 궤적으로 달 궤도선이 달에 갈 경우 정해진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좋은 평가를 내놓았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험용 달 궤도선(KPLO)이 달에 도착하기 위해 비행하는 새로운 방식(BLT)의 궤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비엘티’는 달 궤도선을 직접 달 궤도에 투입하는 대신 태양과 달의 중력을 이용해 먼 거리를 돌아감으로써 오히려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이다. 달 궤도선을 달에 직접 보내면 하루 이틀 만에 갈 수 있지만 달 궤도에 안착하려면 급제동을 해야 해 엄청난 에너지가 들고 연료 소모도 많다. 그러다 보니 궤도선 무게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다.
비엘티 방식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중력의 힘이 같아지는 경계를 이용한다. 이른바 ‘라그랑주 점’으로, 지구와 태양 사이에는 5개의 라그랑주 점(L1∼5)이 있다. 우리나라 달 궤도선은 이 가운데 한 점(L1)을 이용하는데, 지구에서 150만㎞ 떨어져 있다. 저궤도 위성이 떠 있는 높이의 2400배 먼 거리다. 궤도선은 이곳을 돌아 달이 이끄는 중력을 따라 달 공전궤도에 진입한다. 이상률 단장은 “이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궤도 진입에 필요한 연료가 줄어들어 궤도선이 8개월 이상 더 일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비엘티 방식을 처음 제안한 것은 수학자 겸 화가인 에드워드 벨브루노이다. 그는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급하지만 않다면 최소한의 에너지로 달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지구에서 발사체를 쏘아올리면 다시 지구로 돌아오지만, 높이 쏘아 올려 다른 천체 중력에 끌려들어가면 궤도가 커지고 속도는 느려진다. 그 이후에 달의 중력장에 붙잡히는 궤도로 들어가면 된다. 실제로 나사의 2003년 스마트1과 2011년 그레일 탐사선은 이 방식으로 달에 갔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장을 살금살금 빠져나가 라그랑주 점을 돌아 다시 달 궤도에 살금살금 진입하려면 2년이나 걸린다. 이상률 단장은 지난해 벨브루노를 직접 만나 비엘티 방식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우리나라 달 궤도선은 라그랑주 점까지는 미국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비행할 예정이다. 팰컨-9 로켓이 40∼50분 동안 비행한 뒤 우주 공간에 궤도선을 떨어뜨려 주면 이후에는 알아서 달까지 찾아간다. 이상률 단장은 “이곳은 열적 환경이 지구 주변과는 달라 궤도선의 색깔도 검은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2022년 12월16일 하현달일 때 궤도선이 달 남쪽 궤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8월1일부터 적어도 9월초 사이에는 발사돼야 한다.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하면 다음해 12월31일까지 운영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더 연장해서 작동할 것으로 항우연은 기대하고 있다.
궤도선은 달 궤도를 돌며 여러 과학 연구를 수행한다. 궤도선에는 달 표면 입자 및 우주선 등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달 표면 편광영상을 촬영하는 광시야편광카메라, 자원탐사를 위한 감마선 분광기,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DTN) 시험용 기기, 달의 휘발성 물질 연구를 위해 달 극지방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할 섀도캠 등이 탑재된다.
김형완 달탐사총조립시험담당은 “6개 탑재체 가운데 2기의 개발이 끝났으며 올해 말에는 비행모델 조립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률 단장은 “시험용 달 궤도선은 달탐사선 개발 기술, 달 임무궤도 진입 기술, 우주인터넷과 같은 심우주항법 등의 기술을 확보하는 계기가 돼 국내 우주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