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각) 올해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왼쪽)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오른쪽)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과학자는 유전자 편집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프랑크푸르트/EPA 연합뉴스
2020년 노벨 화학상은 ‘크리스퍼/카스9’라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 방법을 개척해 생명과학 연구의 새 지평을 연 프랑스와 미국의 두 여성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각) 프랑스 출신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2) 교수(독일 막스플랑크병원체연구소장)와 제니퍼 다우드나(56)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017년 10월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노벨위원회는 “두 과학자는 크리스퍼/카스9를 이용해 동물이나 식물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유전정보(디엔에이)를 매우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생명과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며 “특히 크리스퍼/카스9는 새로운 암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하고 유전질환의 치료법에 대한 꿈을 가지게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아의 유전체(게놈)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분을 말하며, 카스9는 이 부분을 자르는 효소 이름이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는 2012년 공동 연구를 통해 박테리아가 외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는 면역시스템인 크리스퍼의 작용 메커니즘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 서열을 조작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박테리아에서 이를 구현했다.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전에도 두 가지가 있었지만 크리스퍼/카스9는 정확도가 뛰어난데다 실험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현재 세계 생물실험실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로 자리잡았다. 또한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적 상태를 검출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유전자를 조작해 병을 고치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도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크리스퍼/카스9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100만 스웨덴크로나가 늘어난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510만원)가 수여된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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