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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치주염 환자, 코로나 감염 땐 사이토카인 폭풍 가능성 높아”

등록 2020-11-09 10:19수정 2020-11-09 10:37

잇몸질환과 전신 염증의 연결고리 밝혀져
면역세포 호중구 다량 방출…혈관 타고 온몸으로
잇몸질환은 지난해 감기를 제치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외래진료 질환에 올랐다. 픽사베이
잇몸질환은 지난해 감기를 제치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외래진료 질환에 올랐다. 픽사베이

잇몸질환(치주염 또는 치은염)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2019년 병원 외래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질환이 잇몸병이다. 지난해 잇몸질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사람이 1683만명이나 된다.

잇몸질환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이를 떠받치는 치조골까지 염증이 번져 치아를 잃는다. 게다가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에 퍼지면 신체 곳곳에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잇몸질환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및 다른 여러 염증성 질환의 통계적 상관관계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구강 건강 상태가 나쁠수록 고혈압 위험도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잇몸질환이 다른 염증성 질환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이번에 캐나다 토론토대 치과학 연구진이 그동안 누락돼 있던 이 연결고리의 일부를 찾아내 국제치과학회·미국치과학회가 발행하는 ‘치과연구저널’(Journal of Dental Research) 10월20일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처음으로 찾아낸 증거’라고 밝힌 이 연결고리는 혈액 속 면역세포인 호중구에 의한 과잉 면역 반응이다. 과립 모양의 호중구는 선천면역 체계인 백혈구의 여러 종류 중 하나로 전체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한다.

과립 모양의 호중구. 위키백과
과립 모양의 호중구.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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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에 있어야 할 기어가 2단에 있는 것과 같아”

연구진은 우선 마우스 동물 실험에서 치주염이 생기면 면역 체계가 호중구를 다량 방출해 원인균을 공격하는 걸 발견했다. 방출된 호중구는 전신을 순환하며 외부의 침입을 대비한 극도의 경계 상태에 들어간다. 연구진은 마우스의 구강 뿐 아니라 결장, 골수 등에서도 과다한 호중구를 검출했다. 연구팀을 이끈 마이클 글로가우어(Michael Glogauer) 교수는 이를 “1단에 있어야 할 기어가 2단에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런 상태에서 다른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면역 체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미 공격 준비를 마친 호중구가 곧바로 감염된 조직을 공격한다. 글로가우어 교수는 “호중구가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훨씬 더 빨리 방출하면서 염증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면역 조절 단백질을 말한다.

양치질을 하지 않자 혈중 호중구 수치가 크게 늘었다. 픽사베이
양치질을 하지 않자 혈중 호중구 수치가 크게 늘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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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염 환자, 코로나19 감염땐 사이토카인 폭풍 가능성 높아”

연구진은 소규모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에서도 이런 메카니즘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3주 동안 양치질을 중단하도록 한 뒤, 혈액을 검사한 결과 이들의 몸에서 호중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정상적 상태는 실험 참가자들이 다시 정상적으로 양치질을 시작한 지 2주만에 사라졌다.

이번 연구는 또 세계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코로나19와 구강 건강의 관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치주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면역 과잉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호중구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킬 위험이 아주 큰 세포인데, 치주염 환자들의 몸에는 이 호중구 세포들이 그득하기 때문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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