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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이유식, 우리처럼 생후 5~6개월에 시작했대

등록 2020-11-10 09:59수정 2020-11-10 10:43

젖니가 말해준 네안데르탈인의 양육 방식
“젖먹이 때와 이후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량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비슷함을 시사”
네안데르탈인 아기들도 호모 사피엔스 아기들과 같은 시기에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괴테대 제공
네안데르탈인 아기들도 호모 사피엔스 아기들과 같은 시기에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괴테대 제공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의 생존 경쟁에서 패배하고 3만년 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전자 구성은 물론 체구, 생활 방식은 호모 사피엔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을 사용할 줄 알았으며, 창으로 사냥했다. 조개껍질이나 동물 이빨을 장신구로 썼으며 집단 구성원이 죽으면 시체를 매장하고, 동굴에 거주하면서 벽화도 남겼다. 이번에 네안데르탈인의 아기 양육 방식도 현생 인류와 비슷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볼로냐대를 비롯한 유럽 공동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젖니 3개에 대한 화학 지문 및 조직 분석 결과를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회보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 아기들은 생후 5~6개월에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오늘날 우리 아기들의 이유식 시작 시기와 비슷하다. 이탈리아 북동부 동굴지역 3곳에서 발굴한 이 젖니들은 7만년 전~4만5천년 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4만년 전 구석기인의 젖니도 함께 분석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이유식 시작 시기 추정이 가능한 이유는 치아에 있는 성장선 덕분이다. 상아질이 축적되면서 형성되는 성장선은 나무 나이테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성장선을 분석하면 식단 변화에 따른 발달 과정을 추정해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젖니를 아주 얇게 잘라내 조직 구성을 분석한 뒤 현대의 설치류 및 사람 치아와도 비교했다.

성장선이 선명하게 드러난 네안데르탈인 젖니(왼쪽)과 단면도. 볼로냐대 제공
성장선이 선명하게 드러난 네안데르탈인 젖니(왼쪽)과 단면도. 볼로냐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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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발달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이유식 촉진

연구진은 현생 인류와 마찬가지로 뇌 발달에 필요한 추가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이 네안데르탈인의 이유식을 촉진시킨 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테파노 베나치 볼로냐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젖먹이 때와 이후 성장기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량이 비슷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아기와 현생 인류의 신생아는 임신기간과 체중도 비슷했으며 출산 간격도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짧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에 이르게 된 데는 장기간 수유로 인해 출산율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낮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기존 가설과는 다른 결론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낮은 출산율보다는 짧은 수명, 조기 사망률, 문화적 요인 등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가속화한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네안데르탈인 젖니 절단 장면. 프랑크푸르트괴테대 제공
네안데르탈인 젖니 절단 장면. 프랑크푸르트괴테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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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간을 집 근처에서 보내

연구진은 또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들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이동성이 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치아 속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율은 생물이 생전에 마신 물의 출처를 알려주는 중요한 데이터다. 이를 분석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이동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연구진의 일원인 볼프강 뮐러 교수(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는 “분석 결과는 이들이 주로 집 근처에서 지냈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지 자원을 잘 활용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동굴지역 발굴을 이끈 마르코 페레사니(Marco Peresani) 이탈리아 페라라대 교수는 “이들이 생존했던 기간은 지구 기온이 떨어진 때였지만 이탈리아 북동부는 식량과 생태적 다양성이 풍부하고 동굴이 많은 곳이었다”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이 지역에서 4만5천년까지 살아남았던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현생 인류와 매우 가까우면서도 대부분 비어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퍼즐 그림에 한 조각을 끼워넣었다는 의미가 있다.

젖니는 자궁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젖니 분석을 하면 산모와 아기가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것이 향후 연구 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11월2일치 온라인판에 `네안데르탈인의 어린 시절'(Early life of Neanderthals)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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